잊을 수 없는 해산물 오마카세, 용산에서 만나는 인생 맛집 코야키친

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발걸음은 자연스레 용산의 한 골목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곳, 코야키친.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낡은 건물 사이로 일본어로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일본의 작은 선술집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외관이었다. 간판에는 ‘코야키친’이라는 가게 이름과 함께, ‘사시미’, ‘덴푸라’ 등의 메뉴가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붉은 색감의 포인트는 어딘가 모르게 정겨운 느낌마저 들게 했다.

평일 저녁 7시 30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도착했지만, 역시나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한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1인 3만원의 안주 오마카세를 주문했다. 술은 셀프라는 안내에 냉장고로 향했다. 소주와 맥주 모두 5천원. 부담 없는 가격에 좋아하는 술을 골라 테이블로 돌아왔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벽에는 일본풍의 포스터와 소품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천장에는 일본어로 쓰인 현수막과 독특한 문양의 천이 장식되어 있었다. 마치 일본의 작은 식당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파란색 줄무늬가 그려진 접시와 간장 종지, 그리고 정갈하게 놓인 젓가락이 놓여 있었다. 젓가락 받침 종이에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 소소한 감동을 더했다.

코야키친 내부
아늑하고 일본풍으로 꾸며진 코야키친 내부 모습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스 요리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숙성회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도미 마스까와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껍질 부분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더해져,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회와 함께 나온 톳, 묵은지, 멍게젓갈은 회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신선한 해산물의 향긋함과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젓갈의 조화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는 따뜻한 오뎅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큼지막한 오뎅과 곤약, 유부, 무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어, 든든함까지 더했다. 특히 유부의 쫄깃함과 오뎅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먹는 재미를 더했다.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코스 중간에 등장한 메로구이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메로구이는,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기름진 듯하면서도 담백한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불향은 메로구이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회사 밖에서 식사했던 곳이기도 하고, 사귀고 나서도 정말 자주 왔다는 한 방문객의 후기가 떠올랐다. 이 메로구이 덕분이었을까? 나 역시 이곳에 자주 발걸음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메로구이
겉바속촉의 정석, 코야키친의 메로구이

튀김은 새우, 고구마, 깻잎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갓 튀겨져 나온 튀김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특히 새우튀김은 큼지막한 새우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 씹는 맛이 좋았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해서,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튀김을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안주들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었다. 짭짤한 간장 소스에 졸여진 두부 튀김은 부드러운 식감과 짭짤한 맛이 조화로웠다. 마요네즈 소스가 듬뿍 뿌려진 콘치즈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었다.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 야끼우동은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소스가 일품이었다.

코스 요리의 마지막은 시원한 냉국이었다. 더운 날씨에 뜨끈한 우동 국물을 기대했던 터라 살짝 아쉬움이 남았지만, 시원하고 깔끔한 냉국으로 입가심하니, 오히려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냉국 안에는 미역과 오이, 김 등이 들어 있어,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더했다.

해산물 냉국
마지막 입가심을 책임지는 시원한 해산물 냉국

코야키친의 가장 큰 매력은 3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일본풍 안주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숙성회, 오뎅탕, 메로구이, 튀김 등 다채로운 구성은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술과 물, 음료는 셀프로 가져다 마실 수 있다는 점도 편리했다.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장님은 혼자 가게를 운영하시기 때문에, 서비스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츤데레 스타일로 손님들을 살뜰히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무뚝뚝한 듯하지만, 필요한 것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주시고, 빈 접시는 바로바로 치워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게 내부에 텔레비전 소리가 다소 크게 들린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분위기 덕분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일본 방송 소리가, 일본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코야키친은 예약이 필수다. 보통 1~2주 전에 문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예약 캔슬 건이 있어서 당일 예약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예약 없이 방문하면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말 저녁에는 웨이팅이 길어질 수 있으니,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막상 자리가 나자 이유도 없이 나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안내를 하거나, 받을 수 없으면 설명을 해야 하는데, 짜증만 내는 사장의 태도에 실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물겠지만, 방문 전에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코야키친은 1차보다는 2차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안주들의 양이 푸짐하지는 않기 때문에, 식사를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간단하게 술 한잔 기울이면서, 맛있는 안주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특히 해산물 안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코야키친을 강력 추천한다.

오랜만에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했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분위기,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코야키친은 나에게 최고의 용산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방문해서, 맛있는 안주와 함께 소주 한잔 기울여야겠다. 다음에는 꼭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해서, 이 맛집의 행복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야겠다.

코야키친 외관
정겨운 분위기의 코야키친 외관
모듬 튀김
바삭함이 살아있는 모듬 튀김
고로케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고로케
다채로운 안주
눈과 입이 즐거운 다채로운 안주들
기본 세팅
깔끔하게 준비된 기본 세팅
해물 부침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 부침개
가게 내부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게 내부
오뎅탕
추운 날씨에 제격인 따뜻한 오뎅탕
회
신선함이 살아있는 숙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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