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이 설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칠곡군 가산면에 자리 잡은 “버들미”였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 아래,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이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을 안겨주었다.
파란 난간이 인상적인 다리를 건너 식당으로 향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식당 건물은 붉은색 지붕과 넓은 창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버들미”라는 간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어 찾기 쉬웠다. 식당 앞에는 아담한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알록달록한 꽃들이 활짝 피어 방문객을 반기는 듯했다.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이미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나 칠곡에서 알아주는 청국장 맛집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예약은 필수인 듯했다.
따뜻한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방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벽에 걸린 액자가 눈에 띄었다. 액자 속에는 정갈한 글씨로 쓰인 글귀가 담겨 있었는데,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책장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고, 기타 두 대가 놓여 있어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분위기를 더했다.

메뉴를 살펴보니 청국장 정식을 기본으로, 석쇠구이와 오징어 석쇠구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버들미 정식 4인분과 오징어 석쇠구이 1인분을 주문했다. 청국장 맛집에 왔으니 청국장은 당연히 맛봐야 하고, 석쇠구이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징어 석쇠구이는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메뉴라 더욱 기대가 됐다.
잠시 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미밥과 뜨끈한 청국장, 그리고 석쇠구이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먼저 청국장부터 맛을 봤다. 흔히 청국장 하면 떠오르는 쿰쿰한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대신 구수하고 담백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한 입 떠먹으니, 깊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콩의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두부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걸쭉한 찌개라기보다는 국에 가까운 묽은 농도였지만, 오히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다음으로 석쇠구이를 맛봤다. 돼지 석쇠구이는 쌈 채소와 함께 제공되었는데, 깻잎에 고기와 쌈장을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은은한 불향이 입혀진 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쌈장의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기대했던 오징어 석쇠구이도 훌륭했다. 큼지막한 오징어를 사용해서인지, 씹는 맛이 남달랐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오징어에 잘 배어 있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오징어의 쫄깃함과 양념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버들미 정식만 시켰다면 석쇠구이 양이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오징어 석쇠구이 덕분에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어른 네 명이서 배불리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반찬들도 하나하나 맛깔스러웠다. 특히 갓 담근 듯한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했고, 콩나물무침은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풍겼다. 멸치볶음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했고, 나물 무침은 향긋한 풀 내음이 가득했다. 마치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듯한 정겨운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식당 앞 정원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정원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정자들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기에 좋아 보였다. 잔디밭에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식당 주변 풍경도 아름다웠다. 푸른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고, 멀리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탁 트인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이쉬니,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듯했다. 마치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길가에 주차해야 하는데,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몰려 주차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주차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버들미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따뜻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칠곡군 가산면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버들미에서의 즐거웠던 시간을 되새겼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와 쫄깃한 석쇠구이의 맛, 그리고 정겨운 시골 풍경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