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볶는 동락반점, 숭의동에서 만난 인천 고추짬뽕 맛집

오래된 친구와 약속이 있던 날, 왠지 모르게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짜장면을 후루룩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했다. 숭의동 로터리 부근, 빛바랜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포, 바로 ‘동락반점’이었다.

오픈 시간은 11시. 하지만 워낙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오픈 전부터 줄을 선다는 이야기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10시 40분쯤 도착했을까, 이미 가게 앞에는 몇몇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깔깔이 작업복을 입은 공군 장병들이 눈에 띄는 걸 보니,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사람들 같았다. 11시가 가까워지자, 기다리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동락반점 외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동락반점의 외관. 붉은색 간판이 인상적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십여 년 전 방문했을 때와 변함없는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는 예전보다 훨씬 쾌적했지만,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은 그대로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기본적인 메뉴들이 있었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고추짬뽕’이었다.

사실 동락반점은 고추짬뽕 맛집으로 꽤나 유명한 곳이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메뉴였다. 친구와 함께 고추짬뽕 하나, 간짜장 하나, 그리고 탕수육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음식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고추짬뽕이었다. 붉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고추와 해산물이 시선을 강탈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바지락 조개살이 들어가 국물의 시원함을 더했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매운맛은 정말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했다.

동락반점 고추짬뽕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동락반점의 고추짬뽕. 매운 향이 코를 찌른다.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국물이 잘 배어들어 더욱 맛있었다. 고추짬뽕에 들어간 고추는 매운맛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줬지만, 묘하게 기분 좋은 매운맛이었다. 맵찔이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특히, 고추짬뽕을 먹을 때 볶음 공기밥을 함께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매운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을 경험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간짜장이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면 위에 뽀얀 계란후라이가 올려져 있는 모습이 먹음직스러웠다. 간짜장 소스는 양파가 듬뿍 들어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돼지고기도 섭섭하지 않게 들어가 있어 씹는 맛을 더했다. 면을 소스에 비벼 한 입 먹으니, 쫄깃한 면과 달콤한 짜장 소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짜장 소스에 들어간 양파는 짜장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락반점 간짜장
윤기가 흐르는 면발과 듬뿍 들어간 양파가 인상적인 간짜장.

마지막으로 맛본 탕수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정통 탕수육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튀김옷은 폭신했고, 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다. 탕수육 소스는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지 않아, 탕수육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다. 탕수육을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탕수육 위에 채 썬 양파, 당근, 오이를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동락반점 탕수육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탕수육. 새콤달콤한 소스와의 조화가 일품이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음식들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중식을 배불리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서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동락반점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곳이다. 숭의동에서 맛있는 중식을 맛보고 싶다면, 동락반점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 고추짬뽕은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다.

동락반점 외부 간판
정겨운 느낌의 외부 간판.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한 모습이다.

다만, 동락반점은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주변 공영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니,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식사 시간대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한 기다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시간 덕분이었을까. 동락반점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다음에 또 숭의동에 갈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동락반점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고추짬뽕에 볶음밥을 꼭 말아 먹어야지.

간짜장 면과 소스
간짜장은 면과 소스가 따로 제공된다. 취향에 맞게 비벼 먹으면 된다.

총평:
* 맛: 고추짬뽕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 간짜장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좋고, 탕수육은 겉바속촉의 정석.
* 가격: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착한 가격.
* 분위기: 오래된 노포의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
* 서비스: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
* 재방문 의사: 숭의동에 간다면 반드시 재방문할 의사 있음.

추천 메뉴:
* 고추짬뽕
* 간짜장
* 탕수육
* 볶음 공기밥

계란후라이가 올라간 간짜장 면
간짜장 면 위에는 앙증맞은 계란후라이가 올라가 있다.

아쉬운 점:
* 주차 공간이 따로 없음.
* 식사 시간대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음.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수할 만큼 맛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숭의동에서 추억과 맛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동락반점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동락반점 테이블 세팅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물과 컵, 식기류가 준비되어 있다.
동락반점 전체 테이블 모습
점심시간이 되자 테이블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동락반점 외부 모습2
빨간색 간판이 눈에 띄는 동락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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