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나는 미로처럼 얽힌 익선동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다. 낡은 간판과 빛바랜 벽돌, 좁다란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웅성거림.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익선동 깊숙한 곳에 숨겨진 맛집, ‘호반’이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좁아지는 골목, 과연 이 길 끝에 식당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낡은 나무 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찾았다. 간판에는 희미하게 ‘호반’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문을 열자, 바깥의 소란스러움과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평일 저녁인데도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옆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가 섞여 들려왔지만, 오히려 그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자리에 앉자마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콩나물무침, 오이지, 꽁치조림, 시금치, 겉절이, 그리고 커다란 사발에 담긴 물김치까지. 하나하나 맛을 보니, 과연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시원하고 칼칼한 물김치는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꽁치조림은 살짝 비릿했지만,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호반의 대표 메뉴는 병어찜과 모듬순대라고 했다. 고민 끝에 병어찜 중 사이즈와 모듬순대를 주문했다. 그리고 술은 당연히, 진로 이즈 백!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병어찜이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 위에 붉은 양념을 듬뿍 머금은 병어와 무, 감자, 애호박, 두부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젓가락으로 병어 살점을 살짝 발라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양념은 달콤하면서도 매콤했는데, 과하지 않고 딱 적당해서 좋았다. 푹 익은 무와 감자, 애호박, 두부 역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곧이어 모듬순대도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토종순대와 함께 각종 내장 부위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순대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는데, 돼지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찹쌀이 듬뿍 들어간 순대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함께 나온 간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먹기 좋았다. 순대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폭발했다.

병어찜과 모듬순대, 그리고 시원한 진로 이즈 백까지. 완벽한 조합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역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행복하다.
어느 정도 배가 불렀을 때쯤,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콩비지를 내어주셨다. 뽀얀 콩비지에 김치가 송송 썰어 넣어져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한 숟가락 떠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콩의 풍미가 정말 훌륭했다. 밍밍하지 않고 간도 딱 맞아서,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특히 콩비지와 배추김치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배는 빵빵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오늘 맛봤던 음식들의 여운을 곱씹었다. 호반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정겨운 분위기와 따뜻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에 또 익선동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호반은 익선동 한옥거리 초입, 낙원상가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 찾기 힘들 수도 있지만, 낙원상가 쪽에서 가는 것이 더 수월하다. 가게 내부는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지만, 그만큼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호반의 대표 메뉴는 병어찜과 모듬순대다. 병어찜은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일품이며, 모듬순대는 쫄깃한 순대와 신선한 내장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봄에는 서산 강굴이라는 특별 메뉴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호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술도 판매하고 있다. 소주, 맥주, 막걸리, 심지어 문배주까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호반은 늘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므로, 미리 전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예약이 필수다. 콜키지 프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니, 좋아하는 술을 가져가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종로3가, 익선동에서 진정한 노포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호반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좁은 골목길을 헤쳐 찾아간 보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푸근한 인심과 넉넉한 맛에 감동받아, 나처럼 단골이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