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살이 쨍하게 쏟아지는 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었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았다. 그러다 문득, 지인에게 추천받았던 OO 지역의 오리 맛집이 떠올랐다. 평소 오리고기를 즐겨 먹는 나는 망설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한 시간쯤 달렸을까.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논밭이 펼쳐진 한적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낡은 기와지붕과 나무 울타리가 정겨운 느낌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OO오리’라고 쓰여 있었다.
주차는 가게 앞에 알아서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지만,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내부 공간에 놀랐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은한 조명과 클래식한 인테리어는 식당이라기보다는 분위기 좋은 찻집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벽면에는 풍경화가 걸려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 껍질을 엮어 만든 독특한 작품이었다.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그림을 감상하며, 나는 더욱 기대감에 부풀었다.

자리에 앉자, 친절한 사장님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오리고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식사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리고기, 오리탕, 된장찌개, 들깨칼국수 등… 고민 끝에, 나는 대표 메뉴인 오리고기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싱싱한 쌈 채소는 물론이고, 샐러드, 묵은지, 깻잎 장아찌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검은색 사각 접시에 담겨 나온 반찬들이었다. 양념에 버무린 꼬들꼬들한 무말랭이, 간장으로 졸인 짭짤한 연근 조림, 매콤한 오징어젓갈, 그리고 향긋한 깻잎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리고기가 나왔다. 붉은빛을 띠는 신선한 오리고기의 자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사장님께서는 직접 오리고기를 불판에 올려주시며 맛있게 굽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리고기의 소리는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잘 익은 오리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과 쫄깃한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신선한 쌈 채소에 쌈무, 묵은지, 마늘을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 맛은 더욱 배가 되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오리고기 맛을 음미했다.

오리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졌다. 그때,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들깨우동을 내어주셨다. 따뜻한 국물에 담긴 쫄깃한 면발과 고소한 들깨 향이 어우러져,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들깨우동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사 후에 제공되던 오리탕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5,000원을 추가하면 된장찌개를 주문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구수함이 느껴졌다. 두부, 호박 등 푸짐한 재료가 들어간 된장찌개는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유자청으로 만든 유자차를 내어주셨다. 은은한 유자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유자차는 소화를 돕고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며, 나는 잠시 여유를 즐겼다. 창밖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정원에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테이블 한켠에 놓인 작은 꽃병에는 앙증맞은 꽃들이 담겨 있었는데, 붉은색과 주황색이 섞인 장미가 특히 눈에 띄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음식 맛은 어땠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물어보시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친절하신 사장님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문을 나서며, 나는 다시 한번 ‘OO오리’의 정겨운 풍경을 눈에 담았다. 맛있는 오리고기와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아름다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OO 지역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OO오리’에서 느꼈던 여유와 행복감을 곱씹었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풍경과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이 행복을 나누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