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당연히 흑돼지 구이였다. 하지만 뻔한 흑돼지 말고, 정말 ‘인생 고기’를 만날 수 있다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숱한 검색 끝에 찾아낸 곳은 제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돼지 전문점이었다. 숱한 후기들이 이곳의 고기 맛을 극찬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사장님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과연 어떤 곳일까?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맛집 여정을 시작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웨이팅이 상당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 기다림은 감수할 수 있었다. ‘기다려서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후기를 굳게 믿으며, 근처 하나로마트와 소품샵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주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가게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후끈한 숯불의 열기가 확 느껴졌다. 테이블마다 놓인 숯불 위에는 직원분들이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모든 테이블에서 손님들은 젓가락을 들고 고기가 구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의식을 치르는 듯한 숙연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뼈갈비세트와 등심덧살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해서, 3명이서 뼈갈비세트를 먼저 주문했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밑반찬이 세팅되었다. 밑반찬은 소박했지만, 하나하나 정갈한 맛이었다. 특히 독특하게 단무지를 무쳐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단무지가 이 집만의 비법 쌈 재료라고 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가 나왔다. 큼지막한 뼈에 붙은 뼈갈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뼈갈비를 숯불 위에 올리고 굽기 시작했다. 40초마다 뒤집으라는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고기가 타지 않도록 열심히 뒤집었다. 연기가 테이블 위 환풍구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흡사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화산의 분화구를 연상케 했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자, 직원분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셨다. 그리고 첫 점은 반드시 소금에 찍어 먹어보라고 권하셨다. 드디어, 인생 고기와의 첫 만남!
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풍미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뼈에 붙어있던 살이라 그런지, 일반 살코기보다 훨씬 쫄깃하고 고소했다. 왜 사람들이 이곳의 고기를 극찬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직원분이 알려주신 대로, 이번에는 상추에 밥과 고기, 그리고 문제의 단무지 무침을 올려 쌈을 싸 먹어봤다. 아삭한 상추와 짭짤한 밥, 고소한 고기, 그리고 새콤달콤한 단무지의 조화는 정말 훌륭했다. 특히 단무지 무침은 신의 한 수였다. 느끼할 수 있는 돼지 고기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뼈갈비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등심덧살을 추가로 주문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주문이 마감되었다고 했다. 늦게 가면 인기 메뉴는 맛볼 수 없다는 후기가 사실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남은 뼈갈비를 싹싹 긁어먹었다.
고기를 먹는 동안, 직원분들은 계속해서 숯불을 갈아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상의 화력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었다. 숯불은 무려 세 번이나 교체해주셨는데, 이 정성 덕분인지 고기 맛은 정말 훌륭했다. 활활 타오르는 숯불은 고기의 겉면을 순식간에 익혀 육즙을 가두고, 은은한 숯 향을 입혀 풍미를 더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사장님은 예상외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셨다. 후기에서 보았던 ‘자아도취’나 ‘불친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오히려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최근 육회비빔밥이 맛있는 곰탕집을 새로 오픈하셔서 자주 자리를 비우신다고 한다. 아쉽게도 사장님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훌륭한 고기 맛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 화장실이 낡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근처에서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 불편함은 훌륭한 고기 맛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이곳은 친절함이나 화려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의 돼지 고기 맛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굽는 방법 하나하나에 장인의 고집이 느껴지는 곳, 숙련된 스킬로 최고의 맛을 내는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제주에서 맛본 고기 중 단연 최고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음 제주 여행 때도 반드시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꼭 등심덧살을 맛볼 수 있기를!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숯불의 뜨거운 열기,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단무지 무침까지. 제주 돼지 맛집에서 경험한 황홀한 고기 서사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이번에는 웨이팅에 완벽하게 대비해서,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