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시원한 무언가가 간절했다. 울산 남구청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가 냉소바가 기가 막힌 곳이 있다며 이끌었다.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작은 우동집이었다. 간판은 빛이 바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공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11시 30분 오픈인데, 12시가 채 되기도 전에 이미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나무로 된 벽에는 낙서와 그림이 가득했는데, 오랜 시간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겨운 분위기였다.
메뉴판을 보니 우동, 소바, 돈까스가 주력 메뉴인 듯했다. 친구는 망설임 없이 냉모밀을 주문했고, 나는 바삭한 돈까스가 당겨 치즈 돈까스를 시켰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먼저 냉모밀.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냉모밀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짙은 갈색의 육수 위에는 잘게 썰린 파와 김 가루, 하얀 무 간 것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연두색 와사비 한 덩이가 옆에 놓여 있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국물부터 한 모금 들이켜니, 멸치 육수의 깊은 맛과 함께 시원함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다. 과하게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이 아니라, 적당히 탄력이 있는 면이라 후루룩 넘어가는 식감이 좋았다.
내 앞에 놓인 치즈 돈까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돈까스 소스가 뿌려져 있고, 양배추 샐러드와 단무지, 그리고 특이하게 삶은 감자 몇 조각이 함께 나왔다. 튀김옷은 황금빛을 띠고 있었고, 안에는 모짜렐라 치즈가 가득 차 있었다.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정말 바삭했고 속은 촉촉했다. 튀김옷은 과자처럼 바삭했고, 안의 돼지고기는 부드러웠다. 특히, 치즈가 정말 듬뿍 들어 있어서 씹을 때마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샐러드는 마요네즈와 머스타드가 섞인 소스였는데,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특이하게 함께 나온 삶은 감자는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입가심으로 좋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돈까스와 함께 나온 야채 군만두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곁들임 메뉴인 만큼,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냉모밀 대자가 13,000원, 치즈 돈까스가 11,000원이었는데, 점심 식사로는 약간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도 있겠다.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직원분들은 친절했다. 주문도 빠르고, 음식도 빨리 나왔다. 다만, 주방 안에서 아주머니를 나무라는 듯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들이 듣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남구청에 주차한 덕분에 저렴하게 주차비를 정산할 수 있었다. 골목길이라 주차가 쉽지 않은데, 남구청 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 곳은 완벽한 맛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정이 가는 곳이다. 냉모밀은 시원하고 맛있었고, 돈까스도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특히, 더운 여름에 시원한 냉모밀 한 그릇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우동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그 때는 주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오는 길, 가게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빛바랜 간판과 나무 벽에 쓰인 낙서들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이 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울산 남구의 작은 추억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문득 그 곳의 냉모밀이 생각났다. 톡 쏘는 와사비와 시원한 육수, 그리고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조만간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이번에는 혼자 조용히, 냉모밀의 맛을 음미하면서.

이 곳은 완벽한 맛집이라고 칭하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발길이 향하는 곳이다. 맛 뿐만 아니라, 그 곳의 분위기와 추억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맛이라는 것은 단순히 미각적인 경험을 넘어, 감정과 기억과 연결되는 복합적인 감각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비 오는 날,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먹으러 가야겠다. 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뜨끈한 국물을 마시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울산 남구의 작은 골목에서 발견한 이 소박한 우동집은, 나에게 단순한 맛집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아, 그리고 돈까스에 곁들여져 나온, 묘하게 달콤했던 노란색 삶은 감자도 잊을 수 없다. 샛노란 색감부터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을 주는 그 감자는,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셨던 따뜻한 밥상을 떠올리게 했다.

어쩌면 이 곳은, 화려하고 세련된 맛집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따뜻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울산 지역명 남구 맛집 골목의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 따뜻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또 올게요!”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맛있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힘은,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울산 남구의 작은 우동집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선물 받았다.
이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곳은 단순한 우동집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맛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