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도 해변의 낙조를 품은, 이국적인 뻘다방에서 맛보는 인생 커피

어릴 적 낡은 흑백 사진첩을 펼쳐보듯, 잊고 지냈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곳. 잿빛 겨울 바다가 코앞에 펼쳐진 선재도의 작은 카페, 뻘다방으로 향하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카페’라는 단어보다는 어쩐지 정겨운 ‘다방’이라는 이름이 주는 묘한 이끌림, 그리고 ‘뻘’이라는 낯선 조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차가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자, 잿빛 하늘 아래 펼쳐진 갯벌이 눈에 들어왔다. 삭막하리만치 고요한 겨울 바다. 하지만 뻘다방은 그 틈새에서 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쨍한 노란색 외벽과 낡은 듯 빈티지한 소품들이 어우러져, 마치 쿠바의 어느 해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도로변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카페로 향하는 짧은 순간조차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뻘다방 외관
노란색 외벽이 인상적인 뻘다방의 모습

입구에서부터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낡은 서핑보드와 야자수, 그리고 체 게바라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카페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채로웠다. 랩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에는 사장님이 직접 쓴 책과 카메라 부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쿠바 국기와 체 게바라 깃발은 이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닌, 사장님의 개성과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자리를 잡기 위해 카페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업사이클링 오브제와 가구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파스텔톤 색감과 힙스터 감성이 어우러진 공간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갤러리였다. 창밖으로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 목섬이 아련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썰물 때가 되면 목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물때를 맞춰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갯벌 체험
아이들이 갯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커피 종류가 꽤 다양했다. 중남미를 연상시키는 원두는 물론, 칵테일과 케이크도 준비되어 있었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뻘크업라떼’와 고민하다가, 평범한 듯 끌리는 ‘뻘 블렌드’를 주문했다. 다크초콜릿 향에 바다 내음이 은은하게 감도는 커피는, 갯벌을 바라보며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크림 커피도 인기라고 하니, 다음에는 꼭 맛봐야겠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비교적 한산한 바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갯벌에는 작은 게들이 꼼지락거리고 있었고, 멀리에서는 주민들이 무언가를 채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두워지면 불빛이 더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고 하니, 다음에는 해 질 녘에 방문해서 멋진 노을을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뻘다방 야외 테이블
알록달록한 색감의 야외 테이블이 인상적이다.

카페 곳곳에는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들이 가득했다. ‘Hakuna Matata’라는 문구가 적힌 벽, 낡은 서핑보드, 그리고 쿠바 국기가 펄럭이는 해변은, 어디에서 찍어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배경이 되어주었다. 특히 해변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문을 통해 나가면, 갯벌을 배경으로 더욱 이국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뻘다방 간판
붉은색 간판이 눈에 띄는 뻘다방

2층에는 갤러리 ‘뻘로장생 아트하우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카페 사장님이 무료로 대여해주는 공간이라고 한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장혁 작가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커피를 마시며 작품 감상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장님의 기부 정신과 체 게바라를 향한 애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카페를 나서기 전, 영수증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영수증 하단에 주차장에서 나갈 때 필요한 바코드가 인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차는 영수증 지참 시 2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뻘다방은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이었다. 이국적인 분위기, 아름다운 바다 풍경, 그리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특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될 것이다. 선재도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뻘다방 외부 풍경
서핑보드와 바다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며, 뻘다방에서의 기억을 곱씹었다. 짭짤한 바다 내음, 따뜻한 햇살, 그리고 맛있는 커피 한 잔.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다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해서, 아름다운 선재도 낙조를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

목섬
썰물 때 걸어갈 수 있는 목섬의 모습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갯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뻘다방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선재도라는 섬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동양과 서양, 그리고 커피와 갯벌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 뻘다방은 분명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특별한 장소로 남을 것이다. 다음 방문에서는 ‘오늘의 커피’ 드립을 텀블러에 할인받아 마시리라 다짐하며, 선재도 맛집 여정을 마무리했다.

하쿠나 마타타
“Hakuna Matata” 문구가 적힌 포토존
선재도 해변
썰물 때 드러나는 선재도 해변의 모습
머드 비치
머드 비치를 알리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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