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맛보는 극락, 의왕에서 만난 인생 라멘 맛집 “라멘구락부”

평소 라멘을 즐겨 먹는 나에게, 지인이 안양, 의왕 지역에 숨겨진 라멘 성지 같은 곳이 있다고 귀띔해줬다. 멸치 비빔 라멘이라는, 흔치 않은 메뉴가 특히 인상적이라고. 며칠을 벼르다 드디어 시간을 내어 의왕으로 향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게에 도착하니, 역시나 소문대로 웨이팅이 있었다. 좁은 가게 앞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캐치테이블로 웨이팅을 걸어놓고 주변을 서성이며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냄새가 끊임없이 코를 자극했다. 30번째 대기. 2시간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건물 안내판
가게는 낡은 상가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다찌석이 6개 정도 놓인 작은 가게는 일본 현지의 라멘집을 연상케 했다. 테이블은 다소 협소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혼밥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픈 키친에서는 요리사님의 분주한 손길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다. 시오파이탄, 멸치비빔, 쇼유파이탄 등 다양한 라멘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가장 궁금했던 멸치 비빔 라멘과, 추천을 받은 시오파이탄 라멘을 주문했다. 사이드로 유자 다꽝과 생강이 함께 나왔다. 라멘의 느끼함을 잡아줄 것 같아 기대가 됐다.

드디어 멸치 비빔 라멘이 나왔다. 비주얼부터가 압도적이었다. 큼지막한 차슈와 신선한 채소가 면 위에 듬뿍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니, 고소한 멸치 향이 코를 찔렀다. 면을 한 입 먹어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멸치의 풍미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멸치가 씹히는 식감도 독특했다. 흔히 먹는 비빔면과는 차원이 다른, 개성 강한 맛이었다.

멸치 비빔 라멘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니, 고소한 멸치 향이 코를 찔렀다.

사실 처음에는 멸치 향이 너무 강해서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먹다 보니,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계속 입맛을 당겼다. 중간중간 유자 다꽝과 생강을 곁들여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면서 밸런스가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테이블에는 다시마 식초, 고추기름, 다진 마늘 등 다양한 조미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시오파이탄 라멘을 맛볼 차례. 뽀얀 국물이 보기만 해도 진해 보였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풍부한 닭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닭 육수 특유의 고소함과 진득함이 느껴졌다. 닭 육수 베이스 라멘은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다진 양파와 파가 느끼함을 잡아주어 좋았다.

시오파이탄 라멘
뽀얗고 걸쭉한 국물이 보기만 해도 녹진해 보인다.

라멘에 올라간 수비드 차슈는 정말 부드러웠다. 마치 입에서 녹는 듯한 식감이었다. 닭가슴살 고명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해서 좋았다. 다만 멘마는 다른 토핑들에 비해 맛이 강하게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면은 툭툭 끊어지는 식감의 굵은 면이었다. 국물과 잘 어우러져서 맛있었다.

라멘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밥이 절로 생각났다. 이곳에서는 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밥을 가져와 남은 국물에 말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멸치 비빔 라멘에 밥을 비벼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밥은 꼭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2시간 30분이라는 긴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라멘 맛이 훌륭했다. 진하고 개성 있는 맛은 다른 라멘집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이었다. 마치 일본 현지에서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가 좁고 테이블이 다소 지저분하다는 점이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게 위치가 다소 외진 곳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자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주차는 건물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오픈 키친
좁은 공간이지만, 오픈 키친이라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의왕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접하기 힘든 특별한 라멘을 맛보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다만,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최근에 맛본 토리파이탄 중 단연 최고였다. 국물의 염도도 딱 알맞았고, 양도 푸짐했다. 이곳의 라멘은 한 번 맛보면 다른 라멘집은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하다. 닭 육수의 고소함과 진득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하면 쇼유파이탄을 꼭 먹어봐야겠다. 쇼유파이탄 매니아 버전을 시키면 감칠맛이 엄청나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아부라소바도 놓칠 수 없다. 먹을 때는 시오파이탄이 더 맛있다고 느껴졌는데, 이상하게 아부라소바가 자꾸 생각난다.

집 근처에 이런 라멘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저녁 퇴근길에 들러 맥주 한 잔과 함께 라멘을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시오파이탄 라멘 근접샷
시오파이탄 라멘은 큼지막한 김과 부드러운 차슈가 인상적이다.

계산을 하면서,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인스타그램 공지를 통해 매일 메뉴를 확인하고, 이벤트 메뉴도 노려봐야겠다. 라멘구락부, 안양, 의왕 지역민이라면 무조건 먹어봐야 할 라멘 맛집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돌아오는 길, 입안에 맴도는 멸치 향과 닭 육수의 풍미가 잊혀지지 않았다.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 그때는 웨이팅이 조금 덜하길 바라본다.

총점: 5/5

장점:
* 개성 강하고 맛있는 라멘
* 푸짐한 양
* 무료 밥 제공
* 친절한 서비스

단점:
* 좁은 공간
* 다소 지저분한 테이블
* 외진 위치
* 긴 웨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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