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동, 그 좁은 골목길 안쪽에 숨겨진 보석 같은 밥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자취 생활 n년 차, 집밥의 그리움이 밀려올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백반집. 특히나 요즘처럼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시대에, 단돈 몇 천 원으로 푸짐한 한 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는 나를 설레게 했다. 소문의 진원지는 바로 ‘절주식당’. 낡은 간판에서 풍겨져 나오는 세월의 흔적은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시간임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옆 사람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들려오는, 정겨운 분위기였다. 혼자 온 손님, 동료와 함께 온 직장인,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저마다의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총각, 뭐 줄까?”
자리에 앉자마자 이모님의 푸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뉴판을 볼 겨를도 없이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얼떨결에 된장찌개를 선택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동태탕도 있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메뉴 선택지가 단촐한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이내 쏟아져 나오는 반찬들을 보고는 그런 아쉬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쟁반 위에 빼곡하게 놓인 반찬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였다. 조미김을 시작으로,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 멸치볶음, 김치, 젓갈 등 다채로운 종류의 반찬들이 쉴 새 없이 식탁을 채웠다. 특히 김치의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였다. 갓 담근 듯 신선한 배추김치부터, 깊은 맛이 느껴지는 묵은지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된장찌개는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채로 나왔다. 옅은 갈색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두부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었다. 코를 찌르는 강렬한 된장 향은 아니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구수한 냄새가 뱃속을 더욱 자극했다. 한 숟갈 떠서 맛보니, 시판용 된장의 인위적인 맛이 아닌, 집에서 직접 담근 듯한 깊고 부드러운 맛이 느껴졌다. 청국장을 살짝 섞은 듯한 오묘한 풍미도 느껴졌는데, 짜지 않고 간이 딱 맞아 밥 없이 그냥 떠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 밥통에서 갓 퍼온 따끈한 밥을 한가득 담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었다. 먼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조미김을 올려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바삭한 김의 식감과 짭짤한 맛이 밥과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콩나물무침을 밥 위에 얹어 먹어봤다. 아삭아삭한 콩나물의 식감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밥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멸치볶음은 달콤 짭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풍부해 밥 한 숟갈을 순식간에 비우게 만들었다.
반찬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젓가락은 쉴 새 없이 밥과 반찬을 오갔고, 밥그릇은 점점 비워져 갔다. 된장찌개도 중간중간 떠먹으니,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밥과 반찬이 무한리필이라는 점이었다. 밥통과 반찬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나도 꽤나 많이 먹는 편인데, 반찬을 거의 다 먹고 밥 두 공기를 비우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식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살얼음이 동동 뜬 시원한 식혜는 밥을 먹고 난 후의 느끼함을 싹 씻어주는 듯했다.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생강 향이 느껴지는 식혜는 정말 훌륭한 마무리였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자, 이모님은 “더 먹을 거 없나? 반찬 더 줄까?”라며 따뜻하게 물어보셨다. 이미 배가 너무 불렀지만, 인심 좋은 이모님의 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왠지 모를 든든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밥상을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정겨운 분위기와 인심 좋은 이모님 덕분에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최근 가격이 인상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퀄리티의 백반을 이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메리트다. 다만, 몇몇 반찬은 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다음 방문 때는 이 점을 고려해서 반찬을 선택해야겠다.
전포동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혹은 집밥이 그리운 자취생이라면, ‘절주식당’에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푸짐한 반찬과 따뜻한 인심에 분명 만족할 것이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절주식당이다.

돌아오는 길, 문득 어릴 적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상이 떠올랐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 가득한 반찬들과 따뜻한 밥 한 공기. 절주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잊고 지냈던 따뜻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김치찌개나 순두부찌개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포동 골목길, 절주식당의 따뜻한 불빛은 오늘도 많은 이들의 허기진 배와 마음을 채워주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