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역사문화공원 앞, 낡은 듯 정겨운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키친 485’. 왠지 모르게 끌리는 상호와는 달리 내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낡은 건물의 외관과는 상반되게 문을 열자마자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쳐졌다.
2층은 오픈 키친과 계산대가 자리하고 있고, 3층과 루프탑은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부터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알록달록한 단풍잎 모형들이 흩뿌려져 있었는데, 진짜 낙엽이 아니라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덕분에 낭만적인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나는 듯했다. 마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향하는 듯한 설렘을 안고 계단을 올라섰다.
3층에 들어서자 흰색 천으로 가려진 간이 복도가 나타났다. 테이블들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시선을 차단하는 센스가 돋보였다. 실내는 생각보다 어두웠지만, 높은 칸막이 덕분에 테이블 간 간격이 확보되어 아늑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른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수수한 동네의 모습이었지만, 봄이나 가을에는 더욱 아름다울 것 같았다.

메뉴판을 펼쳐 보니 파스타, 리조또, 스테이크, 오므라이스, 김치볶음밥까지 정말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다. 마치 퓨전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고민 끝에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삼합’과 ‘베이컨 크림 오므라이스’, 그리고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리코타 치즈 샐러드’였다. 신선한 야채 위에 듬뿍 올려진 리코타 치즈와 새콤한 드레싱이 입맛을 돋우었다. 느끼할 수 있는 메인 메뉴들을 먹기 전에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합’이 나왔다. 차돌박이 불고기, 깻잎 채, 파스타 면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색다른 조합에 눈길이 갔다. 깻잎을 잘게 썰어 넣은 것이 독특했다. 모든 재료를 섞어서 먹어보니, 살짝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깻잎 향이 강하지 않아서 깻잎을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돌박이의 기름진 맛과 깻잎의 향긋함, 그리고 파스타 면의 쫄깃함이 어우러져 정말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다음으로 나온 ‘베이컨 크림 오므라이스’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오목한 그릇에 묽은 크림소스가 넉넉하게 담겨 있고, 그 위에 마치 노란 장미꽃처럼 예쁜 모양의 오므라이스가 올려져 있었다. 크림 소스가 밥에 충분히 배어 있어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하지만 계속 먹다 보니 살짝 느끼한 감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2층으로 내려왔다. 2층 한켠에는 와인잔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형광 마커펜 3종 세트가 놓여 있었다.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는 듯했다. 와인잔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서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올려다본 ‘키친 485’는 은은한 조명 덕분에 더욱 아늑해 보였다.
참고로 ‘키친 485’는 애완동물 동반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계단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차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주변 유료 주차장이나 성북동 쪽 공영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 ‘키친 485’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 감각적인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서 와인잔에 그림도 그리고, 루프탑에서 야경도 감상하고 싶다.

사진에서 봤던 루프탑은 노란색 벽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밤에는 조명이 더해져 더욱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 같았다. 탁 트인 공간에서 성북동의 야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기는 것도 꽤나 낭만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루프탑 자리에 앉아봐야겠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이지만 테이블마다 은은한 조명이 놓여 있어 아늑한 느낌을 더했다.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친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친 485’는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맛과 분위기를 더해주는 곳이었다. 성북에서 특별한 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혹은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있게 이 맛집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