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로 향하는 길목,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점심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번잡한 관광지 물가를 피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태안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 나섰다. 블로그 후기 몇 개를 꼼꼼히 살핀 후, 푸근한 인상의 쌈밥 전문점 지역명이 눈에 들어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대신, 정갈하고 소박한 밥상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가게 문을 열자, 은은하게 퍼지는 된장찌개 냄새가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테이블은 이미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나무 테이블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벽 한켠에는 손님들이 남긴 낙서들이 정겹게 자리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우렁쌈밥과 제육볶음을 주력으로 하는 듯했다. 혼자 방문했기에 정식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우렁이쌈장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제육우렁이쌈밥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렸던 밥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흑미가 섞인 밥이었다. 밥알 하나하나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흑미 함량이 조금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지만, 찰진 식감은 부족함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밑반찬은 여덟 가지가 나왔다. 콩나물무침, 김치,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인 꼴뚜기젓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전체적으로 반찬 맛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집밥처럼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드디어 메인 요리인 제육볶음이 등장했다. 빨간 양념에 윤기가 흐르는 제육볶음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돼지고기 비계 비율이 적당했고, 양도 푸짐해서 만족스러웠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 담겨 나와, 식사가 끝날 때까지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제육볶음 위에는 깨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우렁쌈장은 뚝배기에 담겨 나왔는데, 겉보기에는 평범한 된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숟가락으로 떠보니, 탱글탱글한 우렁이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우렁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구수한 된장의 조화는 정말 훌륭했다. 쌈장만 따로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었고, 쌈 채소와 함께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된장찌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두부, 애호박, 양파 등이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했다. 특히, 쌈밥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쌈 채소는 상추와 깻잎 두 종류가 제공되었다. 쌈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싱싱한 쌈 채소 덕분에 제육볶음과 우렁쌈장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깻잎의 향긋한 향은 입안 가득 퍼졌고, 상추의 아삭한 식감은 씹는 재미를 더했다. 쌈 채소는 추가로 요청하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청양고추를 추가해서 쌈을 싸 먹으니,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면서 입맛을 더욱 돋우었다.

혼자였지만 2인분을 거뜬히 해치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인자한 미소를 짓는 여자 사장님이 계셨다. 친절하게 응대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는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게를 나서며, 근처에 있는 꽈배기 가게에서 디저트 꽈배기를 사 먹었다. 달콤한 꽈배기는 든든한 식사를 더욱 완벽하게 마무리해주었다. 안면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맛집에서 푸짐한 쌈밥 정식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