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성수동. 낡은 공장지대였던 이곳이 언제부터인가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되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오늘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바로 멕시칸 요리, 그중에서도 타코를 전문으로 하는 작은 식당, ‘엘 몰리노’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벽에는 멕시코를 연상시키는 그림과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흘러나오는 남미 음악은 공간에 활기를 더했다. 멕시코 여행 중 우연히 들렀던 작은 타케리아(Taqueria)의 향수가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다양한 종류의 타코와 멕시칸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타코 오마카세는 이 집의 자랑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타코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타코 오마카세와 함께, 후기가 좋았던 양갈비 요리, 그리고 히비스커스 프레스카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아구아칠레 로호. 붉은 빛깔의 소스에 절여진 관자와 쭈꾸미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첫 입에 매콤한 맛이 강렬하게 다가왔지만, 이내 관자와 쭈꾸미의 쫄깃한 식감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다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타코들이 등장했다. 쉬림프 타코, 피쉬 타코, 이베리코 타코, 아사다 타코 등 다채로운 종류의 타코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또띠아였다. 오징어 먹물로 색을 낸 검은색 또띠아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직접 옥수수를 갈아 만든다는 설명처럼, 시판되는 또띠아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쉬림프 타코는 통통한 새우와 아삭한 옥수수의 조화가 훌륭했다. 새우 머리까지 통째로 튀겨 넣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피쉬 타코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 튀김이 인상적이었다. 이베리코 타코는 부드러운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아사다 타코는 육즙 가득한 소고기가 풍부한 맛을 선사했다.

타코와 함께 나온 소스들도 특별했다. 시판 소스가 아닌, 직접 만든 듯한 소스들은 타코의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수제 케첩이었다.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맛은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
타코를 먹는 동안,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멕시코 현지 셰프가 직접 요리한다는 말에,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마치 세계테마기행 멕시코 편에서 보았던 셰프의 열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다음으로 나온 양갈비는 매콤달콤한 몰레 소스와 고구마 퓨레, 루꼴라와 함께 제공되었다. 몰레 소스는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맛이었다. 양갈비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몰레 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고구마 퓨레와 루꼴라가 양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노릇하게 구워진 양갈비 위에 얹어진 붉은 빛깔의 소스는 식욕을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츄러스는 갓 구워져 따뜻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츄러스는 달콤한 시나몬 설탕과 어우러져 완벽한 디저트였다. 특히 함께 제공된 초콜릿 소스에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음식과 함께 주문한 히비스커스 프레스카는 스페인 샹그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맛이었다. 멕시코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음에는 메즈칼 베이스 칵테일을 한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다른 종류의 타코와 멕시칸 요리들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문어 타코와 내장 타코는 꼭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엘 몰리노’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멕시코의 문화와 맛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셰프의 열정이 느껴졌고,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는 감동적이었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식당을 나서면서, 마치 멕시코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성수동에서 만난 작은 멕시코, ‘엘 몰리노’는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다시 찾아, 멕시코의 맛과 문화를 함께 나누고 싶다.

엘 몰리노는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을 넘어, 멕시코의 문화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즐기는 멕시코 미식 여행, 그 매력에 흠뻑 빠져 돌아온 하루였다. 다만, 이용 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예약 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엘 몰리노의 또 다른 매력은 훌륭한 서비스다. 직원들은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멕시코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들려주었다. 덕분에 음식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예약은 필수이며, 특히 주말 저녁 시간대에는 미리 서둘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맛보는 멕시코의 맛, 성수동 맛집 엘 몰리노에서 특별한 미식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