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낡은 앨범 속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져 가는 기억의 저편에서 문득 떠오른 이름, “토마토”. 영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추억을 곱씹을 그 이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설렘을 안고,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잿빛 건물들 사이에서 홀로 빛나는 “TOMATO” 간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외관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검은색 어닝 아래, 굳게 닫힌 유리문을 열자,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였을까. 다행히 테이블은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빈자리는 빠르게 채워졌다.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영동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맛집은 달랐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익숙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돈까스, 파스타, 피자… 마치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매운 돈까스와, 왠지 모르게 끌리는 석쇠 덮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식전 빵과 스프가 나왔다. 갓 구운 듯 따뜻한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직접 만드셨다는 소스에 찍어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스프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한 입, 한 입 음미할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운 돈까스가 나왔다. 큼지막한 돈까스 두 덩이가 소스에 푹 잠겨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 위에, 매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매운맛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조차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으로 석쇠 덮밥을 맛보았다. 따뜻한 밥 위에, 석쇠에 구운 불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불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과 불고기를 함께 비벼 한 입 먹으니, 불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입안 가득 행복감이 밀려왔다. 달콤 짭짤한 양념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메뉴들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깔끔했다. 마치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듯한 따뜻한 느낌이랄까.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화려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맛은, 그 어떤 맛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쉐프님의 손맛이 느껴지는 소스 하나하나, 정성껏 구워낸 빵 한 조각에서, 이곳의 역사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였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편안함을 느꼈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켜온 영동 “토마토”의 따스함 때문이었을까.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친절한 미소 또한,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나는 다시 한번 “토마토”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토마토”.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영동 사람들의 추억과 사랑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영동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또다시 “토마토”를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고,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다. “토마토”는, 나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영동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