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으로 향하는 길, 특별한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었기에 오히려 마음은 더욱 설렜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 소문이 날까? 함양은 처음이라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길을 걷던 어르신께 조심스레 여쭤봤다. “어르신, 이 근처에 맛있는 곳 있을까요?” 망설임 없이 돌아온 대답은 “양지식당 가봐! 거기가 맛있어.” 였다. 묘한 기대감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양지식당에 가까워질수록,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낡은 건물 외관에서 풍기는 세월의 흔적, 그리고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 ‘아, 여기구나’ 싶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양지식당” 네 글자가 박혀 있었다. 촌스러운 듯 정감 가는 폰트가 오히려 신뢰감을 더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만석이었다. 대기번호 2번.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빼꼼히 들여다봤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정겨운 사투리, 그리고 맛있는 음식 냄새.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잠시 후,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모듬국밥을 주문했다. 메뉴판은 단촐했다. 국밥, 수육, 막걸리. 진정한 맛집은 메뉴가 적다는 불변의 법칙이 떠올랐다. 수육은 오후 5시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다음에는 꼭 수육도 맛봐야지.
주문 후, 밑반찬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겉절이, 무김치, 콩나물, 깍두기, 양파, 고추, 다진 마늘, 쌈장, 새우젓. 푸짐한 인심이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특히 겉절이는 갓 담근 듯 신선했고, 무김치는 적당히 익어 국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콩나물은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아, 국밥에 넣어 먹거나 아이들 반찬으로 주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테이블은 10개 남짓. 좌식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었지만, 테이블 곳곳에는 손님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증거겠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내장, 암뽕, 머릿고기, 순대가 가득 담겨 있었다. 뽀얀 국물 위에는 다진 양념이 얹어져 있었다. 뚝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김,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 진짜가 나타났다는 직감이 왔다.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봤다. 첫 맛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진 양념을 풀고 다시 맛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국밥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도 훌륭했다. 쫄깃한 내장, 부드러운 머릿고기, 찰진 순대. 각각 다른 식감과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암뽕은 처음 먹어봤는데, 꼬들꼬들한 식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국밥에 말았다. 밥알에 국물이 스며들면서 더욱 깊은 맛을 냈다. 겉절이를 올려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국밥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정신없이 국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푸짐한 양, 신선한 재료,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착한 가격이 모든 것을 상쇄했다. 만 원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국밥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함양의 정취를 만끽했다. 양지식당에서 맛본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함양의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양지식당은 완벽한 맛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푸짐한 양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 현지인들의 정겨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재방문 의사는 당연히 있다. 다음에는 꼭 수육과 막걸리를 함께 즐겨봐야겠다. 함양에 다시 오게 된다면, 양지식당은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가 될 것이다.
양지식당 방문 팁:
*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많으니, 피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오후 2시부터 5시는 브레이크 타임)
*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주변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수육은 오후 5시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 배가 작은 사람은 국밥만 시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 김치가 정말 맛있으니, 꼭 여러 번 가져다 먹자.
* 국밥 국물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다진 양념을 추가해서 먹어보자.
* 누린내에 민감한 사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 깔끔한 부산 돼지국밥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다소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양지식당은 내게 단순한 함양 맛집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곳은 맛있는 음식을 넘어, 따뜻한 사람들과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함양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양지식당에서 세상에 하나뿐인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경험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