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설렁탕 노포, 마포양지설렁탕. 공덕역 9번 출구에서 발걸음을 옮긴 지 4분 정도 되었을까, 잿빛 건물의 2층 전체를 사용하는 묵직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SINCE 1974’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부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설렁탕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있었다. 혼밥족을 위한 배려인지, 2인 테이블은 없었지만 오히려 부담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설렁탕 외에도 꼬리찜, 수육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특히 퀄리티 좋은 수육에 국물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는 손님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솔깃했지만, 오늘은 설렁탕 본연의 맛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반 설렁탕과 특 설렁탕의 차이는 고기 양이라고 하기에, 14,000원짜리 일반 설렁탕을 주문했다. 사실 ‘국민 음식’이라는 타이틀을 생각하면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테이블 한 켠에는 후추와 소금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곧이어 김치, 파김치, 석박지가 밑반찬으로 제공되었다.

밑반찬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석박지였다. 적당히 익어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진한 감칠맛은 살짝 아쉬웠지만 설렁탕과 함께 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파김치는 익숙한 맛이었지만, 묘하게 자꾸 손이 가는 매력이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렁탕이 테이블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고, 은은한 김이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 맛보니,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진하게 우려낸 깊은 맛은 아니었지만,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딱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면사리도 소량 들어있어 밋밋함을 달래주었고, 고기 양도 부족하지 않았다. 얇게 썰린 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했지만,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평범하고 무난한 설렁탕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테이블에 놓인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려 간을 맞췄다. 뽀얀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말아, 석박지 한 조각을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석박지의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설렁탕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숟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파김치와 김치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질릴 틈 없이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벽면에는 여러 방송에 소개되었던 사진들과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2025년 미슐랭 가이드 선정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2층 건물 전체를 식당으로 사용할 정도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마포양지설렁탕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켜온 뚝심과, 기본에 충실한 맛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공덕역 근처에서 편안하게 식사할 곳을 찾는다면, 마포양지설렁탕에서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이른 시간부터 낮술을 즐기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니, 퀄리티 좋은 수육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함께 취해가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게를 나서며, 문득 ‘대중적인 맛’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마포양지설렁탕은 특별한 개성이나 강렬한 한 방은 없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곳이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언제 찾아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해주는 곳. 그런 의미에서 마포양지설렁탕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공덕 지역의 소중한 추억과 역사를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수육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여봐야겠다. 어쩌면 그 속에 숨겨진 마포양지설렁탕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덕 맛집 마포양지설렁탕,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