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으로 향하는 길, 섬진강 줄기를 따라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강물은 햇살에 반짝이며 눈부시게 빛났고, 초록으로 가득한 산들은 싱그러움을 더했다. 목적지는 하동에서도 숨은 맛집으로 알려진 ‘지리산면옥’.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드디어 저 멀리 초록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하얀 글씨로 ‘지리산면옥’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부산밀면전문이라는 문구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에서 보았던 바로 그 간판이었다. 기대감을 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시원한 냉기가 확 느껴졌다. 밖의 뜨거운 햇살을 잠시 잊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가게 내부는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였다. 테이블은 적당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물밀면, 비빔밀면, 오향장육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메뉴 사진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고민이 깊어졌다. 벽에 붙은 메뉴 사진들을 보니 더욱 식욕이 당겼다.
고민 끝에 물밀면과 오향장육(소)를 주문했다. 사실 갈비탕이나 순두부도 궁금했지만, 밀면 전문점에서는 대표 메뉴를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물밀면을 선택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밀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물밀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뽀얀 육수 위에는 가늘고 탄력 있어 보이는 면발이 소담하게 얹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오이, 계란, 고기 고명이 예쁘게 올려져 있었다 , .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육수와 함께 크게 한 입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 육수는 깊고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면은 어찌나 쫄깃하고 탄력이 있는지, 씹을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면발의 탱글탱글함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식감이었다.
물밀면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향장육이 등장했다. 검은색 접시에 가지런히 담겨 나온 오향장육은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얇게 썰린 고기 위에는 잘게 썰린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옆에는 양파 슬라이스와 소스가 함께 나왔다 , .

오향장육 한 점을 집어 양파 슬라이스를 올리고 소스를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차가운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과 향긋한 양파, 그리고 톡 쏘는 소스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흔히 먹던 중국집 오향장육과는 전혀 다른, 훨씬 깔끔하고 섬세한 맛이었다.
고기 한 점 먹고, 밀면 한 젓가락 후루룩. 이 조합은 정말 최고였다. 시원한 밀면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뒤이어 오는 오향장육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사진에서처럼 오향장육에 오이와 고추를 얹어 먹으니 또 다른 맛이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의 청량감과 매콤한 고추의 조화가 오향장육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어느새 그 많던 밀면과 오향장육을 셋이서 모두 해치웠다. 배는 불렀지만, 속은 더부룩하지 않고 편안했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 덕분인 것 같았다. 마치 건강식을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왜 이곳이 하동 지역명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친절하신 사장님의 모습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가게 문을 나서면서 다시 한번 초록색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 ‘지리산면옥’, 잊지 못할 이름이다. 하동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야 할 곳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섬진강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만족감 때문일까,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았다. ‘지리산면옥’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하동 여행의 완벽한 마무리였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비빔밀면도 꼭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오향장육은 큰 사이즈로 시켜서 마음껏 즐기고 싶다. 집 주변에 이런 밀면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혹시 하동이나 광양에 여행 갈 일이 있다면, ‘지리산면옥’은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특히 물밀면과 오향장육의 조합은 절대 놓치지 마시길!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 깔끔하고 시원한 맛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