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설렘이 밀려오는 곳. 부산 토박이 친구 녀석이 입이 닳도록 자랑하던 그곳에 드디어 발을 내딛게 되었다. 목적지는 단 하나, 2007년 온천장에서 작은 포장 전문 카페로 시작해 부산 커피씬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는 모모스커피의 ‘영도 로스터리’였다. 항구 도시 특유의 거친 숨결과 커피 향이 어우러진다는 그 묘한 조합이 궁금해서, 며칠 밤을 설쳤는지 모른다.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한 영도는, 과연 소문대로였다. 낡은 듯 정겨운 건물들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 바다, 짭짤한 해풍에 실려 오는 듯한 커피 향은 묘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는 생각보다 훨씬 웅장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물류 창고를 개조했다는 이야길 듣고 왔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스케일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로스팅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마치 거대한 커피 공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 층고가 높아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은, 묘하게 정돈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산업적인 외관과는 대비되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톤이 인상적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은 마치 숙련된 장인 같았고, 그들의 프로페셔널한 응대는 공간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듯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거대한 로스팅 설비였다. 생두를 보관하는 창고를 개조한 공간도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쇼룸처럼 꾸며져 있어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곳만의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자리부터 잡아야 했다.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창가 자리는 이미 만석. 햇빛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그 자리에 앉아, 항만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여유로워 보이던지. 나도 얼른 자리를 잡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빈자리가 쉽게 나지 않았다. 2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햇살이 잘 드는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메뉴를 고르기 위해, 잠시 고민에 빠졌다. 드립 커피를 마실까, 아니면 시그니처 메뉴를 맛볼까. 그러다 문득, ‘맛사탕 페어링’이라는 독특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수제 사탕을 넣어 먹는 커피라니,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달콤함이 감도는 듯했다. 함께 나오는 쿠키슈는 맛사탕을 베이커리로 구현해 낸 메뉴라는 설명에, 망설임 없이 ‘맛사탕 페어링’을 주문했다. 혹시나 싶어, 아이스 카페라테와 아몬드 롤 크루아상도 함께 주문했다.
주문은 QR코드로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바리스타와 직접 소통하며 메뉴를 고르고 싶었다. 대면 주문은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바리스타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더욱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내 주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로 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내가 주문한 커피와 빵이 나왔다. 맛사탕 페어링은, 정말이지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수제 사탕이 꽂혀 있는 모습은, 마치 작은 예술 작품 같았다. 천천히 올라오는 시트러스 향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맛사탕을 살짝 깨물어 커피와 함께 마시니, 달콤함과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쌉쌀한 커피와 달콤한 사탕의 조화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쿠키슈 또한 맛사탕의 달콤함을 그대로 담고 있어, 페어링 메뉴로 완벽했다.

아이스 카페라테는, 므쵸베리 원두로 선택했다. 바리스타의 추천대로, 시그니처 블렌드를 선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적당한 산미와 무게감, 그리고 베리류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커피는, 내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한 모금 마시자, 쌉싸름한 원두의 풍미 뒤로 달고나처럼 진하고 두툼한 크레마가 느껴졌다. 부드러운 우유는 커피를 감싸 안았고, 베리류의 개운한 뉘앙스는 초콜릿처럼 포근하게 가라앉았다.
아몬드 롤 크루아상은,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겉모양은 특이했지만, 크루아상 특유의 바삭한 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빵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그래도 커피와 함께 먹으니, 나름대로 괜찮았다. 다음에는 다른 빵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봤다. 넓은 공간 한쪽 벽면에는, 모모스커피의 화려한 수상 경력이 전시되어 있었다. 수많은 트로피와 상장들은, 그들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또 다른 한쪽에는, 다양한 굿즈와 원두를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은, 마치 편집숍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창밖으로는, 영도 앞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낡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해운대처럼 화려하게 꾸며진 바다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정감이 갔다. 기름 냄새가 섞인 짭짤한 바다 내음은, 영도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는, 단순한 카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커피를 통해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고,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 바리스타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훌륭한 커피 맛은,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의자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는, 장시간 머무르기에는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카페 앞에 1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는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커피 맛은 물론, 독특한 분위기와 다양한 볼거리는,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영도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싱글오리진 드립 커피를 꼭 맛봐야겠다. 그리고, 굿즈 코너에서 마음에 드는 컵이나 원두를 구입해, 집에서도 모모스커피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 다시 영도에 방문하게 된다면, 모모스커피는 나의 첫 번째 목적지가 될 것이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맛있는 추억을 곱씹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