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삼겹살 생각에 무작정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천안 쌍용동. 늘 지나다니던 원형 육교 근처에 숨겨진 고기 맛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두목고기집’. 흔히 웨이팅 지옥이라는 통삼국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니, 오히려 웨이팅을 피하려다 발견한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마다 환풍구가 설치된 둥근 테이블들이 정겹게 놓여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구워 먹으며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직장인들의 모습이었다. 역시, 맛집의 기본은 아저씨들이 많아야 한다는 불변의 법칙은 틀리지 않았다. 활기찬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이베리코 꽃목살, 두목살, 통삼겹살 등 다양한 부위의 돼지고기가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베리코 꽃목살은 마치 소고기처럼 기름지고 푸짐하다는 설명에 솔깃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꼬들꼬들한 식감이 당겼다. 고민 끝에, 두목고기집의 인기 메뉴라는 ‘두목살’을 주문했다. 두정동 탑골의 천상목살과 같은 부위라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주문 후, 곧바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쌈 채소, 김치, 깻잎 장아찌, 쌈무 등 토속적이고 정성 가득한 반찬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했다. 특히 깻잎 장아찌는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밑반찬에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치 할머니 댁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두목살이 등장했다. 선홍빛을 띠는 두툼한 고기, 겉면에 칼집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어 시각적인 만족감도 높였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직원분이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구워주셨지만, 손님이 많아서인지 완벽하게 집중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셨다. 이제부터는 나의 몫. 젓가락을 들고 가장 먼저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겉은 노릇하게 구워지고, 속은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는 완벽한 비주얼이었다. 망설임 없이 입속으로 직행.
첫 입을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꼬들꼬들한 식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일반적인 목살과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지방 부위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더욱 고소하고 풍미가 깊었다. 마치 잘 숙성된 옛날 삼겹살을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쌈 채소에 싸 먹으니 신선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깻잎 장아찌와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짭짤한 깻잎 향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기름진 고기를 맥주로 씻어내니 입안이 개운해지고, 다시 고기를 먹을 준비가 완료되는 느낌이었다. 역시 고기와 맥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환상의 조합이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메뉴판을 다시 살펴보니, 특제 김치라면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다들 김치라면을 하나씩 시켜 먹고 있었다. 역시 맛집에서는 남들이 먹는 걸 따라 시켜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
김치라면을 주문하자, 커다란 양은 냄비에 담겨 나왔다.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은 듯한 비주얼이었다. 냄새 또한 얼큰한 김치찌개 향이 강하게 풍겼다. 면발은 꼬들꼬들했고,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했다. 매운 맛은 강하지 않았지만, 김치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었다. 라면 안에 들어있는 오징어 덕분에 시원한 해물 맛도 느낄 수 있었다. 고기를 먹고 난 후,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최고의 마무리였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테이블 밑에 기름때가 덜 닦여 있었는지, 아끼는 니트 바지에 기름이 묻어버린 것이다. 당황한 나에게 사장님은 직접 나오셔서 손수 닦아주시려고 노력하셨다. 하지만 기름때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결국 사장님은 세탁비를 주시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뜻밖의 사고였지만, 사장님의 친절한 대처에 감동받았다. 맛도 맛이지만,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다음에는 꼭 이베리코 꽃목살과 통삼겹살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특제 김치라면도 잊지 않고 다시 시켜 먹어야지.
천안 쌍용동 두목고기집. 고기의 질은 물론, 토속적인 밑반찬과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꼬들꼬들한 식감이 매력적인 두목살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물론, 손님이 많아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는 감수해야 하지만,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단점이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푸짐하게 고기 파티를 즐겨야겠다. 천안 쌍용동에서 맛있는 고기를 찾는다면, 두목고기집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