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문득 김밥이 간절해졌다. 단순한 분식이라 치부하기엔, 김밥은 왠지 모르게 소풍의 설렘과 어머니의 손맛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존재다. 특히 고령, 대가야읍에 새롭게 문을 연 김밥집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곧장 길을 나섰다. 고령은 예로부터 옥미, 즉 찰옥수수로 이름난 곳 아닌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김밥이라니, 그 맛이 얼마나 특별할까?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페달을 밟았다.
가게에 가까워질수록,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앗간에서 갓 짜낸 참기름으로 김밥을 만든다니, 재료 하나하나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김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서둘러 자전거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아담하고 깔끔했다.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메뉴가 적혀 있었다. 김밥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기본 김밥부터 시작해서, 매콤한 김밥, 참치 김밥, 멸치 김밥 등…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인 ‘고령 옥미 김밥’과 매콤한 ‘땡초 김밥’을 주문했다.
주문 후, 김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사장님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김밥을 말고 계셨다. 밥을 얇게 펴고, 갖가지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샛노란 고령 옥미였다. 찰옥수수를 밥과 함께 넣어 김밥을 만드니, 톡톡 터지는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기대됐다.
잠시 후, 김밥이 나왔다. 갈색 종이 상자에 담긴 김밥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뚜껑을 여니, 김밥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확 풍겼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밥 위에는 깨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한 줄은 옥미 김밥, 또 다른 한 줄은 땡초 김밥이었다.

먼저 옥미 김밥을 맛봤다. 밥알 사이사이 톡톡 터지는 옥수수 알갱이의 식감이 재미있었다.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다른 재료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햄, 당근, 오이, 단무지 등 기본적인 재료들 역시 신선하고 맛있었다. 특히 참기름 향이 정말 좋았다. 역시 방앗간에서 갓 짜낸 참기름은 다르구나, 싶었다. 김밥 한 줄에 이렇게 많은 정성이 들어갔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땡초 김밥을 맛봤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였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매운맛이 확 올라왔다. 혀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매운맛이 땀을 뻘뻘 흘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자꾸만 손이 가는 중독적인 매운맛이었다. 매운 김밥을 먹다가, 옥미 김밥을 먹으니 매운맛이 중화되는 느낌이었다. 옥미의 은은한 단맛이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했다.

김밥을 먹으면서,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사장님은 고령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고 하셨다. 고령의 특산물인 옥미를 활용해서, 특별한 김밥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방앗간에서 직접 참기름을 짜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모두 그런 이유에서였다. 사장님의 열정과 정성이 김밥 맛에 그대로 느껴졌다.

김밥 두 줄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른 종류의 김밥도 맛보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 따뜻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가게를 나와 다시 페달을 밟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힘이 솟는 것 같았다. 고령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오늘 맛본 옥미 김밥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고령의 특산물과 사장님의 정성이 듬뿍 담긴 김밥. 단순한 김밥이 아니라, 고령의 맛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혹시 고령 대가야읍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꼭 이 김밥집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단, 당일 준비한 재료가 모두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을 수 있다고 하니, 방문 전에 미리 전화해보는 것이 좋겠다. 또한, 14시부터 17시까지는 재료 준비 시간이니, 이 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전용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가게 앞 길가나 인근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돌아오는 길, 황금빛으로 물든 논밭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고령은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맛있는 김밥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고령은 나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 또 고령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이 김밥집에 다시 들러야겠다. 그때는 다른 종류의 김밥도 맛보고, 사장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지. 고령 대가야읍에서 만난 김밥 맛집, 잊지 못할 맛있는 추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