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낡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본 듯 흐릿한 기억 속 풍경을 따라 동묘로 향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헤치고 도착한 곳은, 겉모습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존앤마크’였다. 낡은 건물 외벽에 칠해진 짙은 녹색 페인트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빛바랜 간판은 마치 오래된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동묘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에, 문을 열기 전부터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문을 열자, 바깥 풍경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앤티크 가구와 빈티지 소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은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벽면을 가득 채운 LP판과 흑백 사진들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테이블마다 놓인 주전자 모양의 막걸리 용기와 트란지아, 피스카스 가위 등의 식기류는 존앤마크만의 독특한 감성을 더했다. 마치 비밀 아지트 같은 공간에서, 나는 곧 펼쳐질 미식 경험에 대한 설렘을 느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퓨전 한식을 표방하는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고사리 링귀니’는 존앤마크의 대표 메뉴답게, 독특한 조합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전 종류도 다양했는데, 흔한 김치전이나 해물파전 외에 아보카도,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등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퓨전 스타일의 전들이 많았다. 막걸리 종류 또한 다양해서,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알콜 막걸리까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고사리 링귀니와 반반전(부추+김치), 그리고 나루생 막걸리 6도를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사리 링귀니가 나왔다. 링귀니 면 위에 고소한 들깨 향이 가득한 크림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잘게 썬 고사리가 얹어져 있었다. 붉은 고추 한 조각이 포인트처럼 올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완성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올리니, 쫄깃한 면발 사이로 고사리가 엉겨 붙어 올라왔다. 첫 입을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들깨의 고소함과 고사리의 향긋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크림소스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퓨전 음식이라고 해서 어색하거나 겉도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마치 오랫동안 연구하고 개발한 듯, 완벽하게 균형 잡힌 맛이었다.

함께 주문한 반반전은 부추전과 김치전이 반씩 나오는 메뉴였다. 얇게 부쳐진 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히 부추전은 위에 소보로가 뿌려져 있어, 바삭한 식감을 더욱 살렸다. 부추의 향긋함과 소보로의 달콤함, 그리고 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김치전 또한 묵은지의 깊은 맛과 매콤함이 잘 살아있어,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전을 찍어 먹는 간장 소스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잘게 썬 양파와 고추가 들어가 있어,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전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나루생 막걸리 6도는 릉(능)대로 빚은 막걸리라고 한다. 6도라는 도수가 말해주듯,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달콤한 맛이었다.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고사리 링귀니와 반반전과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고소하고 느끼할 수 있는 파스타의 맛을 막걸리가 깔끔하게 잡아주고, 전의 매콤함은 막걸리의 달콤함으로 중화시켜주어, 끊임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친구들과 모임을 갖는 사람들,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앤마크를 찾았다. 흥미로웠던 점은, 가게 안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앤마크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퓨전 한식과 막걸리의 조합을 즐기고, 또 다른 사람들은 앤티크 가구와 빈티지 소품들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또 어떤 사람들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고 있었다. 존앤마크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기 전, 나는 존앤마크의 분위기를 조금 더 자세히 둘러보았다. 벽 한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와 약주들이 진열된 냉장고가 놓여 있었다. 투명한 유리 문 너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술병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었다. 냉장고 옆에는 작은 모형 장작 난로가 놓여 있었는데, 붉은색 조명이 마치 실제 불이 타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낡은 나무 바닥과 빈티지한 벽지, 그리고 곳곳에 놓인 앤티크 소품들은 존앤마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요소들이었다.
존앤마크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 아름다운 공간, 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동묘라는 독특한 지역색과 존앤마크만의 개성이 어우러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와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그리고 이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다시 느끼기 위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존앤마크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다.
동묘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존앤마크의 문을 두드려보자. 분명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총평:
* 맛: 퓨전 한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맛. 특히 고사리 링귀니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
* 분위기: 레트로 감성과 앤티크한 분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 데이트 장소로도,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손색없다.
* 서비스: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 메뉴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해준다.
* 가격: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퀄리티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추천 메뉴: 고사리 링귀니, 반반전(부추+김치), 나루생 막걸리 6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