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화엄사의 고즈넉함을 마음에 담고 싶어 떠난 구례 여행.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한 화엄사는 웅장하면서도 포근한 기운으로 나를 감쌌다. 경건한 마음으로 절을 둘러보고 나니, 뱃속에서 꼬르륵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찰음식도 좋지만, 오늘은 왠지 뜨끈한 솥밥이 간절했다. 화엄사 주변 맛집을 검색하다 발견한 ‘부부솥밥’.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함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갈한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짜여진 테이블과 의자는 편안함을 더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밥 짓는 냄새는 고픈 배를 더욱 자극했다. 벽에 걸린 칠판 메뉴판에는 쑥부쟁이 솥밥, 영양 솥밥 등 다양한 솥밥 메뉴들이 쓰여 있었다. 쑥부쟁이라는 이름이 왠지 낯설면서도 끌렸다. 왠지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일 것 같았다. 쑥부쟁이 솥밥을 주문하고,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솥밥과 함께 다양한 반찬들이 놓여 있었는데,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흑색의 타원형 접시에 담긴 수육과 김치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네 칸으로 나뉜 접시에는 앙증맞은 반찬들이 보기 좋게 담겨 있었다. 곰취 데친 것, 고추장으로 맛을 낸 붉은색의 반찬, 톳나물 무침 등 다채로운 색감은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뚜껑을 열어 쑥부쟁이 솥밥의 모습을 드러냈다. 은은한 쑥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고, 밥 위에 소복하게 올려진 쑥부쟁이와 버섯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갓 지은 밥알은 윤기가 좔좔 흘렀고, 그 위에 올려진 쑥부쟁이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밥을 슥슥 비벼 한 입 맛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쑥 향기가 정말 향긋했다.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쑥부쟁이는 밥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쫄깃한 버섯의 식감 또한 훌륭했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했다. 특히, 곰취 데친 것은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었다. 평소에 곰취를 즐겨 먹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자꾸만 손이 갔다. 곰취 특유의 쌉쌀한 맛이 솥밥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었다. 짭짤하게 간이 된 수육은 부드러웠고, 잘 익은 김치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솥밥과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난 후에는 솥에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었다. 구수한 숭늉은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뜨끈한 숭늉을 마시니,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부부 사장님께서 따뜻한 차를 내어주셨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분 모두 정말 친절하셨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방문한 듯한 편안함과 따뜻함이 감돌았다.

사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손님이 꽤 많아서 기다려야 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는데, 대부분 화엄사를 방문한 관광객들이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장님께서는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셨다. 그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에 감동받아, 다음 구례 여행 때도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부부솥밥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정과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이었다. 구례의 맛집이라고 감히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엄사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부부솥밥에서의 따뜻한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다음에 구례 지역에 방문하게 된다면, 쑥부쟁이 솥밥의 향긋한 풍미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