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 문득 진한 들깨 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평소 즐겨 듣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맛깔스러운 음식 이야기가 귓가를 맴돌았고, 결국 나는 운전대를 잡고 광주 외곽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오로지 하나, ‘들깨마을 칼국수전문점’이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정겹게 맞이해준다. ‘들깨마을’이라는 이름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구수한 향기가 발길을 더욱 재촉했다. 건물 외관은 소박했지만, 왠지 모르게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커다란 글씨로 적힌 메뉴판은 한눈에 들어왔고, 바지락칼국수, 팥칼국수, 들깨칼국수, 들깨수제비 등 다양한 메뉴들이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다. 손님들은 모두 맨발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직원분들은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모습이 조금은 이색적이었다. 약간은 미끄덩거리는 바닥의 감촉이 아주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뭐 어떠랴.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에 설렘이 더욱 커져갔다. 천장에는 형광등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벽에는 메뉴와 함께 여러 안내문들이 붙어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다시 한번 정독했다. 들깨칼국수를 먹을까, 들깨수제비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들깨수제비를 선택했다. 왠지 칼국수 면보다는 쫄깃한 수제비가 더 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만두도 하나 시켜보고 싶어, 곁들임 메뉴인 찰만두도 하나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숭늉과 김치가 먼저 나왔다. 숭늉은 구수하고 따뜻해서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김치는 겉절이와 깍두기 두 종류가 나왔는데, 겉절이는 갓 담근 듯 신선하고 아삭했으며,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감칠맛이 돌았다. 특히 겉절이는 젓갈 향이 은은하게 풍기면서,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들깨수제비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애호박과 당근이 색감을 더했다. 수제비는 얇고 쫄깃해 보였고, 들깨 향이 정말 진하게 느껴졌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들깨의 고소함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수제비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국물은 걸쭉하면서도 깔끔했다. 들깨의 고소함과 함께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겉절이를 올려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해서, 들깨수제비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들깨수제비를 먹는 동안, 찰만두도 나왔다. 만두는 4개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만두를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함께 쫄깃한 만두피의 식감이 정말 좋았다. 만두 속은 돼지고기와 야채로 가득 차 있었는데,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들깨수제비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다음에는 만두는 굳이 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들깨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를 시켜 맛있게 먹고 있었다. 어르신들도 많이 오셨는데, 다들 들깨수제비나 팥칼국수를 즐겨 드시는 것 같았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겨움이 느껴졌다.

들깨수제비를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어, 숭늉을 한 그릇 더 가져다 마셨다. 따뜻한 숭늉은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다시 한번 간판을 올려다봤다. ‘들깨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정말 들깨의 고소함이 가득한 곳이었다. 운암동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맛집, 들깨마을 칼국수전문점. 앞으로도 종종 들러, 어머니의 손맛을 느껴봐야겠다.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 구조인데, 바닥 청결 상태가 조금 아쉬웠다. 맨발로 다니기에는 조금 찝찝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직원분들이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직원분들이 조금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맛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이 모든 아쉬움을 덮을 만큼, 들깨수제비의 맛은 훌륭했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들깨수제비와 함께 바지락칼국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옆 테이블에서 바지락칼국수를 너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궁금해졌다. 그리고 팥칼국수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음에는 꼭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 가득 퍼지는 들깨 향이 잊혀지지 않았다. 오늘 나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맛집 탐방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운암동 들깨마을 칼국수전문점, 나만의 소중한 맛집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