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약속,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광주 동명동, 그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중식 노포 ‘새별달’.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과, 친구들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라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붉은색 네온사인이 어스름한 저녁을 비추는 모습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새별달’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곧이어 친구들도 도착했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판을 가득 채운 다양한 중식 요리들을 보니, 마치 보물 지도를 펼쳐 든 탐험가처럼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고심 끝에 우리는 고추잡채밥, 계란볶음밥, 그리고 깐쇼새우를 주문했다.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가득 채운 소소한 소음들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소리가 마치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계란볶음밥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평범해 보였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그 양에 압도당했다. 마치 고봉밥처럼 수북하게 쌓인 볶음밥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한 입 가득 떠서 맛을 보니, 짭짤한 간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과하지 않은 간 덕분에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볶음밥만 먹으니 살짝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때 짬뽕 국물이 간절해졌다. 아마 매콤한 짬뽕 국물과 함께 먹으면 그 조화가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고추잡채밥이었다. 접시에 넓게 펼쳐진 밥 위에 고추잡채가 올려져 나왔는데, 고추잡채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젓가락으로 밥과 고추잡채를 함께 집어 입안에 넣으니, 은은하게 퍼지는 고추의 향긋함과 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내 입맛에는 살짝 싱겁게 느껴져서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깐쇼새우가 나왔다. 사실 나는 이 집의 깐풍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깐쇼새우도 깐풍기만큼 맛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쟁반 가득 담긴 깐쇼새우 위에는 초록색 채소가 흩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하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일까, 깐쇼새우는 내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다. 소스가 너무 달았고, 새우끼리 튀김옷이 들러붙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갓 튀겨져 나온 새우는 따뜻하고 탱글탱글했지만, 소스의 단맛이 너무 강해서 새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쟁반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소스가 그 단맛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했다. 깐쇼새우를 먹는 내내, 깐풍기를 시킬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친구들은 맛있게 먹는 듯했다. 역시, 음식 맛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흑백 사진들 속에는 ‘새별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들을 보면서, 이 식당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곳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새별달’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식당 안이 조금 시끄러워서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점은 아쉬웠다. 옆 테이블의 이야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데에도 신경이 쓰였다.

최근에는 첨단에도 분점이 생겼다고 한다. 굳이 본점까지 찾아오지 않아도 ‘새별달’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예전에 첨단점에서 식사를 했던 친구의 말에 따르면, 첨단점이 본점보다 훨씬 넓고 쾌적하며 음식 맛도 더 좋았다고 한다. 다음에는 첨단점으로 한번 방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별달’에서의 식사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경험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그곳에 깃든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맛은 훌륭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함께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웃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새별달’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편안함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 이 모든 것이 ‘새별달’이라는 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다음에 또 광주에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새별달’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곳에서 또 어떤 새로운 추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