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붉은 노을이 길게 드리운 고성의 해안 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왔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목적지는 오래전 기억 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새우구이 전문점이었다. 고성에 새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많지만, 예전에 방문했던 곳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보기로 했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는 수월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넉넉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분주하고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테이블 한쪽 구석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새우 껍질이 남아 있었고, 아르바이트생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어설픈 모습이었다. 마치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눈앞에 두고, 노련한 요리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한 아쉬움이랄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 메인은 새우구이였다. 킬로당 가격은 4만 5천 원. 예전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른 듯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새우구이와 함께 새우튀김도 주문했다. 메뉴에는 ‘중’ 사이즈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주문 시 ‘소’ 사이즈로 나온다는 안내를 받았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입안에 감돌았다.

잠시 후, 숯불이 들어오고 기다리던 새우구이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투명한 냄비 뚜껑 너머로 보이는 붉은빛 새우들의 모습은 식욕을 자극했다. 뚜껑이 닫힌 채로 새우가 익어가는 동안, 톡톡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마치 팝콘이 터지는 듯한 경쾌한 소리는 어릴 적 추억 속 캠프파이어를 떠올리게 했다.

드디어 뚜껑이 열리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붉은 새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운 열기에 껍질은 더욱 붉게 변했고, 탱글탱글한 속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조심스럽게 새우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갓 익은 뜨거운 새우는 손끝으로도 그 신선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껍질을 벗겨 뜨거운 김이 아직 남아있는 새우를 입에 넣었다. 음…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던 것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신선한 새우 특유의 단맛은 느껴졌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동은 어디로 간 걸까.
함께 나온 밑반찬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특별한 맛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쏘쏘. 메인 메뉴인 새우의 맛으로 모든 것을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어서 나온 새우튀김은 비주얼은 합격점이었다. 황금빛 튀김옷을 입은 새우들이 접시 위에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갓 튀겨져 나온 튀김은 뜨겁고 바삭했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입안 가득 퍼졌다. 새우살은 탱글탱글했고, 튀김옷은 느끼하지 않고 깔끔했다.
새우튀김은 정말 맛있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맥주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만약 이 곳에 다시 온다면, 새우구이보다는 새우튀김을 먹기 위해 방문할 것 같다. 튀김옷은 기름을 잘 머금고 있어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고소한 기름이 입안에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새우 버터구이를 추가 주문했는데, 버터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가린을 사용한 듯한 느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3천 원을 추가해야 하는 메뉴였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는 낮았다.
전체적으로, 이번 방문은 예전의 추억을 되살리기에는 부족했다. 맛은 평범했고, 서비스는 아쉬웠다. 가격은 비싸게 느껴졌다. 물론, 싱싱한 새우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다른 식당에 비해 특별한 메리트는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더욱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석양은 아름다웠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시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하는 걸까. 예전의 맛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남을 뿐이었다.
고성에는 수많은 새우 전문점이 있다. 다음에는 다른 곳을 방문해 봐야겠다. 어쩌면,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맛집 탐험을 기대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고성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다음에는 더욱 맛있는 맛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고성 맛집 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