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오래된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나의 미식 레이더를 다시 켜게 만들었다. 친구는 흥분된 목소리로 해운대 그린시티에 숨겨진 횟집 한 곳을 발견했다며, 그곳의 숙성회 맛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 솔깃하여 다음 날 저녁, 곧장 해운대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간판에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어색한 “전뭄점”이라는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전문점’의 오타인 듯했지만, 오히려 그 소소한 실수에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이곳이 친구가 그토록 칭찬하던 곳인가. 작은 규모의 아담한 일식집 스타일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풍기는 바다 내음과 따뜻한 조명이 편안하게 나를 맞이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숙성회 전문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종류의 숙성회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실오징어회 세트가 눈에 띄었다. 친구의 강력 추천도 있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실오징어회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츠키다시(곁들임 음식)들이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했다. 츠키다시는 특별한 개성은 없었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실오징어회가 등장했다. 투명한 실처럼 가늘게 채 썰린 오징어회는 그 섬세한 자태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실오징어회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마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과 동시에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오징어회와는 확연히 다른,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신선한 실오징어의 단맛과 은은한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이어서 숙성회가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린 숙성회는 도다리 세꼬시, 참돔, 광어 등 다양한 어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큼직하게 썰어낸 도다리 세꼬시였다. 뼈째 썰어낸 도다리 세꼬시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숙성된 도다리의 깊은 풍미는 혀끝을 즐겁게 했다.
회를 한 점, 한 점 음미할 때마다 숙성회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숙성회는 일반 회와는 달리,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단백질이 분해되어 더욱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감칠맛을 낸다. 마치 잘 익은 와인처럼, 숙성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풍미가 깊어지는 듯했다.
참돔의 붉은 빛깔은 마치 석양을 담아 놓은 듯 아름다웠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식감과 함께 퍼져나가는 은은한 단맛은, 숙성회의 정점을 찍는 듯했다.

광어는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이 돋보였다. 숙성을 거치면서 더욱 깊어진 감칠맛은, 혀를 즐겁게 자극했다.
회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쌉싸름한 향긋함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어, 회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회를 먹는 동안,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며,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작은 규모인데 비해 손님이 많아 다소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이 한 분이라 주문이 밀리거나 서비스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회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곁들임 음식 구성이 다소 빈약하게 느껴졌다. 회를 계속 먹다 보니 느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식당 앞에 노상 주차를 해야 했는데, 자리가 없을 경우에는 주차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뭄점”에서의 경험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훌륭한 퀄리티의 숙성회와 실오징어회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이었다.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이미 다음 방문을 기약하고 있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에 방문하여, 숙성회의 풍미를 천천히 음미하고 싶다. “전뭄점”은 해운대 그린시티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이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맛과 따뜻한 정이 있는 곳. 나는 앞으로도 이곳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총평: 해운대 그린시티 “전뭄점”은 훌륭한 퀄리티의 숙성회와 실오징어회를 맛볼 수 있는 숨겨진 맛집이다. 다소 정신없는 분위기와 부족한 곁들임 음식 구성은 아쉽지만, 맛과 가격, 서비스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해운대에서 특별한 횟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