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의 약속,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용인 보라동, 신갈천변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듯한 독특한 외관의 한정식집, ‘가오리방패연’. 20년 전쯤 방문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다시 한번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도착하니, 과연 20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위치가 다소 뜬금없다고 해야 할까. 주변에 공장과 물류 창고가 있어 처음에는 살짝 의아했지만,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는 편리했다. 주차를 하고 식당을 바라보니, ‘가오리’와 ‘방패연’이라는 이름처럼, 묘하게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고 정갈한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과 함께 차분한 색감으로 꾸며진 공간은, 마치 잘 꾸며진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1층은 테이블 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2층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룸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3층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기에, 1층 안쪽에 마련된 유리 룸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다양한 한정식 코스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 이름은 ‘매화’, ‘수레국화’ 처럼 꽃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는 ‘수레국화’ 코스를 주문했다. 가격대는 5만원대로, 솔직히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날인 만큼 제대로 된 한정식을 즐기고 싶었다. 메뉴를 정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창밖으로 고양이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여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도심 속에서 뜻밖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코스 요리는 샐러드부터 시작되었다.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다채로운 요리들이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녹두죽을 시작으로, 탕평채, 해파리냉채, 닭가슴살 샐러드 등 30여 가지는 족히 되어 보이는 음식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메뉴는 떡갈비였다.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 짭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정말 ‘이 떡갈비는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퓨전 스타일의 한정식이라, 나물 같은 생소한 메뉴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음식을 맛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음식들이 깔끔하고 정갈하다는 것이었다. 간이 세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식재료들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랄까. 식기를 유기 그릇을 사용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고급스러움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음식을 더욱 신선하게 유지해주는 듯했다.
메인 요리들을 모두 먹고 나니, 드디어 식사가 나왔다. 따뜻한 돌솥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몇 가지 반찬들이 함께 나왔다. 돌솥밥의 뚜껑을 여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밥을 그릇에 퍼서 담고, 돌솥에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된장찌개는 시원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스 요리의 양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음식들이 나오다 보니, 하나하나 맛보는 사이 배가 불러오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포만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돌솥밥의 양이 적어, 조금 더 넉넉하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3층 카페로 올라갔다. 3층은 통창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밝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다양한 커피 머신들이 놓여 있었고, 손님들은 자유롭게 커피를 내려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도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자리에 앉아, 식사하면서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꽃을 피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신갈천의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끔 어떤 식당들은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아, 식거나 마른 음식을 내놓는 곳도 있는데, ‘가오리방패연’은 그런 무성의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음식의 상태도 괜찮고, 맛도 무난한 편이었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대단히 친절하거나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주었다.
‘가오리방패연’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특히 가족 모임이나,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기에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식당 안에는 중노년 여성분들이 많이 보였고,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층에 룸이 마련되어 있어,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룸을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다만, 가격 대비 음식 맛은 솔직히 ‘생각보다 너무 평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모든 음식들이 정갈하고 깔끔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맛은 없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돌솥밥의 양도 너무 적었고, 반찬들도 예전보다 달라져서 딱히 손이 가는 음식이 없었다. 옆 테이블과 뒷 테이블 손님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조용하게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던 점도 아쉬웠다.
솔직히 말하면, ‘가오리방패연’은 가성비가 좋은 곳은 아니다. 수레국화 코스의 가격은 5만원대로,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깔끔하고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정갈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특히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거나, 특별한 날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가오리방패연’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식당 앞에는 여전히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근처 기흥레스피아에 들러 산책을 하기로 했다. 밥을 먹고 난 후 가볍게 걷기 좋은 코스였다. 애견공원부터 시작되는 올레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오늘 식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가오리방패연’, 20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여전히 나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 또 특별한 날이 있다면, 다시 한번 ‘가오리방패연’을 찾아, 그날의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