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후, 어쩐지 시원한 면 요리가 간절해졌다. 카페로 향하려던 발길을 돌려, 여주 이포대교 인근에 위치한 천서리 막국수 본점으로 향했다. 양평은 아니지만, 차로 금방 닿는 거리라 부담 없이 드라이브를 즐기며 도착할 수 있었다. 막국수 하면 으레 강원도를 떠올리지만, 강원도와 맞닿아 있는 양평과 여주 역시 예로부터 막국수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곳이다. 특히 이곳은 강원도 스타일을 살짝 변형한 막국수를 선보인다고 하니,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3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도착했을 땐 생각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혹시 옆집으로 갈 걸 그랬나?’ 하는 찰나의 망설임도 잠시,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테이블은 금세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둘러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육수가 담긴 양은 주전자가 나왔다. 낡은 듯 정겨운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손끝에 느껴졌다. 컵에 따라 한 모금 마시니, 진한 육향과 함께 후추의 칼칼함이 입안을 감쌌다. 메밀의 구수한 풍미와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막국수를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육수로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니, 앞으로 맛볼 막국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우리는 세 명이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막국수를 맛보기 위해 동치미, 비빔, 온면 세 가지를 골고루 주문했다. 잠시 후, 놋그릇에 담긴 막국수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차가운 놋그릇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 묘하게 설레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가장 먼저 맛본 것은 동치미 막국수였다.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달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살짝 감도는 초 맛이 동치미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듯했다. 차가운 온도 덕분에 면발은 탱글탱글함을 넘어, 상당히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다. 젓가락으로 휘저을 때마다 면발이 춤을 추는 듯, 탄력이 느껴졌다.

이어서 맛본 비빔 막국수는 보기와는 달리 꽤 매콤했다. 양념은 과하게 달지 않아 좋았고, 매콤함 속에 김 가루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특히 굵직하게 다져 넣은 돼지고기 민스는 쫄깃한 면발과 어우러져 씹는 재미를 더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올릴 때마다 돼지고기 민스가 함께 딸려 올라와, 입안에서 다채로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맛본 온면은 사실 큰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한 입 맛보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은은한 메밀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면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마치 들기름 막국수를 먹는 듯 담백하면서도, 싱겁지 않고 잔잔한 풍미가 입안에 감돌았다. 온면 특유의 밸런스가 인상적이었다. 뜨끈한 국물은 차가운 면 요리로 살짝 내려갔던 체온을 끌어올려 줬다.

막국수와 함께 곁들여 먹기 위해 편육(사실은 수육이라고 한다)과 메밀 만두 반 접시도 주문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육은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특히 껍질 부분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막국수와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만두는 부추 만두처럼 속이 푸릇푸릇했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김치를 즐겨 먹지 않는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곳의 숨은 공신은 바로 백김치였다. 톡 쏘면서도 향긋하게 퍼지는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었다. 함께 나온 석박지 또한 시원하고 아삭해서, 막국수와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백김치와 석박지는 두세 번이나 리필해서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예전에는 단층 마루에 앉아 식사를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신축 건물로 바뀌면서 테이블 좌석으로 변경되었고, 테이블링 같은 대기 번호표 시스템도 도입되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넓은 주차장 덕분에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천서리 막국수 본점은 주문 즉시 면을 뽑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언제나 신선하고 쫄깃한 막국수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평일 점심시간이 지난 1시경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여주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맛있는 막국수로 배를 채우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니, 이보다 더 완벽한 하루는 없을 것 같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