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자락으로 향하는 길목,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내 마음도 살랑거렸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강렬한 끌림이 나를 이끌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 지인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던 금산의 작은 중국집, ‘정원짬뽕’이었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따라 차를 몰아 도착한 그곳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낡은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그만큼 내공이 느껴지는 숨겨진 대전 맛집일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 연세 지긋하신 사장님 혼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의 푸근한 인사에 괜스레 마음이 놓였다. 메뉴판을 보니 짜장면, 짬뽕, 탕수육 등 기본적인 중국 요리들이 눈에 띄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짬뽕 전문점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짬뽕과 간짜장을 주문했다. 탕수육도 놓칠 수 없어 작은 사이즈로 하나 추가했다.

주문 후, 벽에 붙은 낡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 주문 후 조리가 시작되므로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어쩐지 믿음직스러웠다.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진짜 손맛이 담긴 요리를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샘솟았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탕수육이었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이 산처럼 쌓여 나왔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돼지고기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한 기름으로 튀겼는지 튀김옷 색깔도 깨끗했다. 특이하게도 레몬 소스가 곁들여져 나왔는데, 새콤달콤한 맛이 탕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탕수육에 인삼 튀김이 들어간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없었다.

탕수육을 몇 점 집어 먹으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짬뽕이 나왔다. 뽀얀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는 짬뽕 위에는, 신선한 해산물이 아낌없이 올려져 있었다. 홍합,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 종류도 다양했고, 무엇보다 하나같이 싱싱해 보였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면발은 쫄깃했고, 국물은 면에 잘 배어들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짬뽕 국물은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으로도 제격일 것 같았다. 대전에서 조금 떨어진 금산 지역까지 찾아온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나온 간짜장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 소스 위에는, 곱게 간 양파와 돼지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짜장 소스를 면에 부어 잘 비벼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짜장 소스는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나는 젓가락을 멈추지 못하고, 순식간에 짜장면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간짜장 소스에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양이 많아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은 빈 그릇으로 가득 찼다. 탕수육도, 짬뽕도, 간짜장도 남김없이 해치웠다. 솔직히 배가 너무 불렀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
“네, 정말 맛있었어요! 짬뽕 국물이 특히 끝내주더라고요.”
나의 칭찬에 사장님은 쑥스러운 듯 웃으셨다.
“저희 집은 재료를 아끼지 않아서, 손님들이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사장님의 말씀처럼, 정원짬뽕은 음식의 양도 푸짐하고 재료도 신선했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정원짬뽕은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의 친절함 덕분에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 혼자 바쁘게 일하시면서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써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대둔산에 가게 된다면, 꼭 다시 정원짬뽕에 들러야겠다. 그때는 쟁반짜장도 먹어보고, 볶음밥에 돈까스까지 곁들여 먹어봐야지. 아, 그리고 짬뽕 국물에 밥도 꼭 말아 먹어야겠다.
정원짬뽕을 나와,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배는 빵빵했지만, 마음은 더욱 풍족해진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 정원짬뽕. 그곳은 단순한 중국집이 아닌, 내 마음속에 따뜻한 추억으로 자리 잡은 정 깊은 맛집이다.

돌아오는 길, 붉게 물든 노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정원짬뽕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