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놈의 세상이 어찌나 바쁘게 돌아가는지, 가끔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단 말이지. 그럴 때면 으레 시골집이 그리워지곤 해. 어릴 적 할머니 손맛이 그리울 때처럼 말이야. 얼마 전, 그런 내 마음을 달래줄 특별한 곳을 화천에서 만났지 뭐람. 이름하여 ‘에티오피아 13월’. 딱 듣기에도 범상치 않은 이름이지?
처음 이곳을 찾게 된 건, 맑고 푸른 화천의 하늘 아래 눈길을 확 끄는 하얀 건물이 있어서였어. 꼭 그림엽서에 나올 법한 새하얀 건물이 파란 하늘이랑 어우러져 얼마나 곱던지. 외관만 봐도 마음이 탁 트이는 것 같았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와! 이거 영락없는 작은 박물관이더라고. 에티오피아에서 직접 공수해 오셨다는 전통 커피 도구인 ‘제베나’며, 알록달록한 공예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거야.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니까. 특히 벽면을 장식한 아프리카 여인들의 그림들은 어찌나 감각적이던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 한참을 서서 구경했지. 아이고,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하더만.

처음엔 그저 예쁜 카페려니 했는데, 이곳이 바로 ‘에티오피아 커피’ 전문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사장님께서 직접 에티오피아에서 15년 넘게 사시면서 커피를 배우셨대. 그러니 얼마나 깊고 진한 커피 맛을 자랑하겠어.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또 한 번 감탄했지. 푸르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는 웅장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더라고.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어. 날씨 좋은 날엔 이곳 잔디밭에 앉아 여유를 즐겨도 참 좋겠다 싶었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커피가 나왔는데, 세상에!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풍미가 어찌나 좋은지. 마치 옛날 엄마가 정성껏 내려주시던 커피 맛 같았어. 진한데도 쓰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깊은 맛이 정말 일품이었지.

이곳 커피가 특별한 이유가 또 있었어. 바로 에티오피아 전통 방식 그대로, ‘제베나’라는 주전자에 직접 내려주신다는 거지. 처음 보는 방식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그 정성이 커피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어.

커피와 함께 곁들일 간식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볶은 곡식 같은 게 나왔어. 처음 먹어보는 건데, 고소하니 맛깔스러워서 계속 손이 가더라고. 이게 또 커피랑 그렇게 잘 어울리는 거야.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지.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장님의 따뜻한 인심이었어.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껏 커피를 내려주시는 모습이 마치 우리 동네 사랑방 같았지. 지나치듯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커피를 더 챙겨주시기도 하고. 그 친절함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어. 아이고, 사장님 복 많이 받으실 거야.
이곳에는 ‘미미’라는 아주 귀여운 강아지도 있었는데, 얼마나 애교가 많은지. 손님들 반겨주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녀석 덕분에 강아지 없는 나도 푹 빠져버렸다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더라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노을빛에 물든 산 능선이 마치 그림 같았어.
사장님께서 에티오피아에서 30년 넘게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이 왜 ‘에티오피아 13월’인지 알 것 같더라.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1년을 13개월처럼 보낸다는 이야기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은 느리고 여유롭게 흘러가는 듯했지.
정말 오랜만에 속이 다 편안해지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맛있는 커피 한 잔에,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정까지.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지. 화천에 들릴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에티오피아 13월’에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