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병영시장, 연탄 향 머금은 돼지불고기의 추억

어느덧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가는 옛 이야기처럼, 때로는 잊고 싶지 않은 특별한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르곤 합니다. 광주로 향하던 길, 문득 발길이 닿은 곳은 먼발치서 바라보던 TV 속 풍경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강진의 병영시장이었죠. 수많은 맛집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곳, 그중에서도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연탄 불 향 그윽한 돼지불고기였습니다.

바람이 꽤나 불던 날, 밖에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해야 했던 탓에 처음에는 조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차려진 상차림을 보며 모든 불편함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연탄불고기집과는 확연히 다른, 정갈하면서도 풍성한 반찬 구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와 직원분들의 따뜻하고 살뜰한 친절함은 낯선 타지에서의 허기를 달래주는 덤이었죠.

연탄 불고기와 신선한 파채가 어우러진 모습
연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지글거리는 불고기와 싱그러운 파채의 만남

이곳의 불고기는 단순한 돼지고기가 아니었습니다. 연탄불에 노릇하게 초벌되어 나온 돼지불고기는 은은한 불향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고기 한 점은 붉은 양념과 어우러져 군침을 돌게 했습니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쫄깃한 비계와 부드러운 살코기의 조화는 입안 가득 황홀경을 선사했습니다. 양념은 과하지 않게 달콤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더했고, 갓 무쳐낸 듯 신선한 파채와 함께 쌈을 싸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습니다.

푸짐하게 담긴 연탄 돼지불고기
연탄 향 가득 품은 돼지불고기가 눈앞에 펼쳐지니 절로 식욕이 돋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이었습니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만든 반찬들은 마치 고향집 외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처럼 정겹고 맛있었습니다.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올려 먹는 짭조름한 게장, 아삭한 꼬막무침, 입맛을 돋우는 파김치, 그리고 얼큰한 미역국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밥도둑이었습니다. 특히 이곳의 별미는 바로 참깨를 곱게 갈아낸 가루였습니다. 이 참깨 가루를 불고기에 살짝 찍어 쌈을 싸 먹으면, 고소함이 입안 가득 폭발하며 특별한 풍미를 선사했습니다.

다양하고 정갈한 밑반찬 모습
정성껏 준비된 다채로운 밑반찬들이 식탁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EBS 한국기행에서 보았던 사장님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조금은 뭉툭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친근함과 손님을 살뜰히 챙기는 다정한 마음씨는 방송에서 느꼈던 감동 그대로였습니다. 오며 가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시고, 반찬이 부족하지 않은지 세심하게 살피시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오래된 친척 집을 방문한 듯 편안하고 푸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게로 집어 올린 먹음직스러운 불고기 한 점
고소한 참깨 가루에 살짝 찍어 맛보는 불고기의 풍미는 잊을 수 없습니다.

2명이서 3인분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밥까지 추가해서 먹는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만큼 음식이 맛있고, 넉넉한 인심에 취해버린 것이겠죠. 밥 한 숟갈에 고기 한 점, 그리고 정갈한 반찬까지 곁들여 먹으니 어느새 접시는 깨끗하게 비어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과식’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식사를 했습니다.

신선한 파채 위에 불고기를 올리는 모습
신선한 파채와 함께 곁들이는 불고기는 언제나 옳습니다.

병영시장이라는 곳이 때로는 장날이 아니면 한산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 ‘배진강’이라는 이름의 이 식당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아마도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맛을 이어가는 지역 주민들 덕분일 것입니다. 넓은 시장 안에서 ‘배진강’이라는 간판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집게로 집어 먹는 맛있는 김치
정갈한 반찬 중에서도 특히 손이 자주 갔던 김치

특히 파김치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풍미와 아삭함에 몇 번이나 리필해서 먹었는지 모릅니다. 갓 무친 것처럼 신선함이 살아있었고, 양념 또한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었습니다.

시골집에 온 듯한 정감 있는 식당 내부도 좋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에서 먹는 것도 운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 야외석을 이용하지 못했지만,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마음속에 담아두었습니다.

물론 모든 식당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위생 상태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양이 적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곳은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인심과 함께 맛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로컬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은 이곳이 ‘찐’ 맛집임을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강진이라는 먼 곳까지 간 김에, 추억 속 음식 맛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서 변치 않는 맛과 정으로 손님들을 맞이해주시기를 바라봅니다. 다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찾아가 그 뜨거운 연탄 불 향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