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시장 속 숨겨진 보물, 특색있는 흑돼지 돈까스 맛집 ‘저작’

바쁜 직장인의 점심 시간은 늘 전쟁터와 같다. 12시 정각, 알람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과 함께 점심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늘 가던 곳은 질리고, 새롭지만 너무 멀거나 웨이팅이 긴 곳은 엄두도 못 낸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동료가 추천했던 함양 시장 골목에 있는 돈까스집 ‘저작’이 떠올랐다. 시장 안이라고 해서 허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깔끔하고 특별한 메뉴가 있다고 했다. 그래, 오늘은 여기다!

금요일 점심, 우리는 망설임 없이 ‘저작’으로 향했다. 시장 골목을 조금 걷다 보니 익숙한 듯 낯선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저작’.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이름이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손님들이 웨이팅 중이었다. 역시 점심시간의 시장 골목은 활기가 넘친다. 12시 15분쯤 도착했는데, 다행히 앞에 두 팀 정도만 기다리고 있어 10분 정도 기다렸다. 주말 점심이나 피크 타임에는 웨이팅이 더 길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 가는 것이 좋겠다.

저작의 돈까스 한 상차림
까만 튀김옷이 인상적인 돈까스와 정갈한 밑반찬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늑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반겼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덕분인지, 시장 골목의 북적임과는 다른 편안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메인 메뉴는 역시나 돈까스 종류였는데, 흑돼지 안심카츠, 등심 저작카츠, 옛날돈까스 등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가장 흥미를 끈 것은 바로 ‘갑오징어 먹물 빵가루’를 사용한다는 독특한 돈까스였다. 리뷰에서 ‘까만 튀김옷’이 특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안심 저작카츠’를 주문했다. 동료들은 각각 ‘등심 저작카츠’와 ‘갑오징어 안심카츠’를 선택했다. 혹시 몰라 ‘새우튀김’도 하나 추가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주문한 메뉴가 차례로 나왔다.

갑오징어 먹물 튀김옷 돈까스
오징어 먹물 빵가루로 튀겨낸 이색적인 비주얼의 돈까스.

먼저 내 안심 저작카츠가 나왔다. 겉보기에도 튀김옷이 일반 돈까스와는 확연히 달랐다. 오징어 먹물 빵가루 덕분에 짙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는데, 언뜻 보면 숯가마에서 갓 구워낸 듯한 느낌도 들었다. 튀김옷 위에는 파슬리 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어 색감을 더했다. 큼지막하게 썰어진 안심 돈까스는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함을 자랑했다. 한 조각을 집어 소스에 살짝 찍어 한입 베어 물었는데, 겉은 정말 놀랍도록 바삭했고 속살은 육즙 가득 부드러웠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고, 흑돼지 특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흑돼지 안심카츠 근접샷
속이 꽉 찬 흑돼지 안심의 부드러운 단면.

함께 나온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에 새콤달콤한 드레싱이 곁들여져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밥 역시 갓 지은 듯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곁들여 나온 김치, 단무지, 깍두기도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어 돈까스와 곁들여 먹기 좋았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김치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동료들이 주문한 메뉴들도 맛보았다. 등심 저작카츠는 안심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 등심의 식감이 일품이었다. 씹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등심을, 부드러움을 선호한다면 안심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갑오징어 안심카츠는 내가 먹은 안심카츠와 거의 비슷했지만, 튀김옷의 독특함이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다양한 돈까스 메뉴
흑돼지 안심과 등심, 그리고 갑오징어 먹물 돈까스까지.

우리가 추가로 주문했던 새우튀김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통통한 새우살이 꽉 차 있었고, 튀김옷은 바삭하면서도 전혀 기름지지 않았다. 돈까스와 함께 곁들여 먹기에도 좋았고,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곁들여 나온 타르타르 소스도 새우튀김의 맛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

새우튀김과 돈까스
바삭하고 통통한 새우튀김과 돈까스의 조화.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냉메밀소바’였다. 시원한 육수와 탱글한 메밀면의 조화가 돈까스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다가 시원한 소바를 한 젓가락 후루룩 빨아들이면, 느끼함이 싹 사라지면서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더운 여름날이라면 단품으로 시켜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까스와 메밀소바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시원한 메밀소바.

식사를 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부터 시작해서 연인,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특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는데, 아이들도 잘 먹는다는 후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저작’은 빠르게 식사를 끝내고 나가야 하는 직장인 점심으로도 좋지만,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며 대화 나누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일부 리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아주 아주 친절하다는 느낌보다는 ‘기본적인 친절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이 맛있고 가게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담백하고 깔끔한 서비스가 이곳의 메뉴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여전히 시장 골목은 활기찼고, ‘저작’ 안에서도 손님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함양 시장 안에 이렇게 특별하고 맛있는 돈까스 집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오늘 점심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특별한 재료와 맛으로 우리의 점심시간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저작’. 다음번에 함양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특히 흑돼지 쌀국수도 궁금해진다. 동료들과 함께, 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특별한 맛으로 힐링하고 싶다면, 함양 시장 골목의 ‘저작’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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