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코앞에 둔 늦은 오후, 북한산 등산 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불광동 먹자골목을 어슬렁거렸다. 화려한 간판들이 즐비한 골목 끝자락,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자리한 “은하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함. 1층은 아담한 규모였고, 지하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전라도 출신 사장님의 푸근한 인상과 억양이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마치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동네 어르신들의 아지트 같은 느낌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메뉴를 채 고르기도 전에, 10가지가 넘는 밑반찬들이 순식간에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굴 무침, 꼬막 무침, 간장게장 등 하나하나가 요리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특히 꼬막은 씨알이 굵고 신선해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매콤달콤한 양념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양념게장은 흰 쌀밥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밥도둑 그 자체였다.

뭘 시켜야 할지 고민하다가, 푸짐한 반찬 구성에 압도되어 삼겹살을 주문했다. 기다랗게 세 줄로 나온 삼겹살은 1인분에 한 줄인 듯했다. 사실 삼겹살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어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웬걸? 고기 때깔도 훌륭하고 양도 푸짐했다. 자세히 보니 일반 삼겹살이 아닌 오겹살이라 씹을 때 쫀득한 탄력이 느껴졌고, 지방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잘 익은 삼겹살을 먹기 좋게 자른 후,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맛깔스러운 배추김치와 갓김치를 올려 함께 먹으니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특히 이곳 김치는 단순한 곁들임이 아닌, 삼겹살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핵심 조연이었다. 아삭하고 시원한 김치는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깊은 풍미를 더해줬다. 마치 삼겹살 자체가 김치를 위한 조연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열심히 삼겹살을 즐기고 있던 중, 사장님께서 갓 무친 부추무침을 내어주셨다.
이것은 정말 신세계였다. 마치 회 무침과 비슷한 새콤달콤한 양념에 아삭한 부추와 양파, 적양파를 버무린 부추무침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며 삼겹살과의 궁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다른 고깃집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곁들임이었다. 이 부추무침 하나만으로도 은하식당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낙지볶음을 주문했다. 중 사이즈를 시켰는데, 큼지막한 낙지 두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모습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자박자박한 양념은 살짝 단맛이 돌긴 했지만, 매콤함과 감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낙지는 질기지 않고 오동통해서 부드럽게 씹혔다.

낙지를 다 먹고 남은 양념이 너무 아까워서 밥을 볶아 먹을까 고민하다가, 소면 사리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소면을 넣고 참기름을 살짝 두르니, 새로운 안주가 탄생했다. 찐득한 양념이 소면에 잘 배어들어 마치 비빔국수처럼 맛있었고, 참기름의 고소함이 더해져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밥을 볶아 먹는 것보다 소면 사리를 추가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다.
마지막으로 간재미찜을 주문했다. 간재미찜 역시 은하식당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넓적한 간재미 위에 미나리와 양념장을 듬뿍 얹어 나왔는데, 보기와는 달리 맵지 않고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간재미 살을 결대로 찢어 미나리와 함께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식감이 정말 좋았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간재미 살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더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은평구에도 이렇게 숨겨진 맛집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밑반찬들과 훌륭한 메인 요리들은, 마치 전라도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듯했다. 특히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서 대화가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러한 불편함마저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시골집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이랄까. 그리고 1인 손님은 테이블이 여유가 있어도 눈치를 주는것 같았다.

다음에 방문하면 꼭 민어탕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명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하니,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커다란 냄비에 가득 담긴 민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새해를 하루 앞둔 날, 은하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최고의 연말을 보낼 수 있었다. 불광동에 이런 숨은 보석 같은 식당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앞으로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은하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닌, 정겨운 분위기와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고향집에 방문한 듯한 따뜻함과 편안함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불광동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서 푸짐한 남도 밥상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