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반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왠지 뜨끈한 국물이 당겼다. 마침 예전부터 눈여겨봐둔 오색시장의 돼지국밥집이 떠올랐다. 서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돼지국밥을 맛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오산으로 향했다.
오색시장은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를 뚫고 드디어 대흥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에서부터 ‘찐’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 내년이면 60년이 된다는 노포의 연륜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는 단출했다. 편육, 국밥, 수육. 고민할 것도 없이 국밥을 주문했다. 이곳은 특이하게 주문을 따로 받지 않고 인원수에 맞춰 국밥이 자동으로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잠시 후, 김치, 깍두기, 새우젓이 밑반찬으로 나왔다. 시원하게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를 보니 국밥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돼지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후추가 아낌없이 뿌려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휘저어보니 돼지머리고기가 정말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마치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비주얼이었다.
국물을 한 입 맛봤다. 진한 사골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파와 후추 덕분에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비계 위주의 머릿고기가 들어있어서인지 기름진 느낌이 살짝 있었다. 하지만 새우젓과 양념장을 넣으니 간이 딱 맞으면서 느끼함도 사라졌다. 테이블에는 후추와 소금통도 놓여 있어서 기호에 맞게 간을 조절할 수 있었다.

돼지머리고기는 큼지막하게 썰려 있어 씹는 맛이 좋았다. 쫄깃한 비계와 함께 서걱서걱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국밥은 밥이 말아져서 나오는 토렴 스타일이라 더욱 좋았다. 국물에 밥알이 촉촉하게 적셔져 있어 술술 넘어갔다. 푹 끓여낸 육수가 밥알에 스며들어 깊은 풍미를 더했다.

잘 익은 깍두기를 국밥 위에 올려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졌다. 깍두기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김치 역시 훌륭했다. 적당히 익어 새콤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국밥 한 입, 김치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밥을 즐기러 온 손님, 친구와 함께 온 손님, 연인끼리 온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혼자 와서 묵묵히 국밥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테이블이 10개 정도 놓인 아담한 공간은 정겨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신기했던 점은 손님 성별에 따라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 부위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남자 손님에게는 비계가 많은 부위를, 여자 손님에게는 살코기 위주의 부위를 제공한다고 했다. 나는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았더니 역시나 비계가 많은 부위가 나왔다. 다음에는 살코기 위주로 부탁드려봐야겠다.

양이 워낙 많아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다. 하지만 맛있어서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밥과 고기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해장을 하러 왔는데 오히려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다음에는 오산 막걸리와 함께 즐겨봐야겠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음식 맛도 좋았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색시장에는 대흥식당 말고도 유명한 돼지국밥집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그곳도 방문해서 맛을 비교해봐야겠다. 주차는 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대흥식당은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이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노포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오산 오색시장의 숨은 보석, 대흥식당.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돼지국밥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해서 푸근한 정과 함께 맛있는 국밥을 즐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