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IC를 빠져나오자,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평소라면 대충 편의점에서 때웠을 테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뜨끈한 짜장면 한 그릇이 간절했다. ‘화천미’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 간판에 커다랗게 쓰인 ‘스님짜장’이라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 오늘은 여기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테이블은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듯한 그림과 장식품들이 걸려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짜장면, 짬뽕 등 기본적인 중국요리 외에도 스님짜장, 버섯탕수육 같은 채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해인사의 영향일까?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은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옛날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짜장 소스가 면 위에 듬뿍 얹어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소스와 잘 섞은 후, 크게 한 입 맛봤다. 바로 이 맛이다! 어릴 적 동네 중국집에서 먹던, 그 추억의 짜장면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짜장 소스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면발은 쫄깃했고, 양파와 돼지고기의 조화도 훌륭했다.

짜장면을 먹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봤다. 천장에 붙어있는 메뉴판은 정겹게 느껴진다. 테이블 위에는 식초, 간장, 고춧가루 등의 양념통과 함께, 특이하게도 가위가 놓여 있었다. 아마 짜장면 면발이 길어서 잘라 먹으라고 준비해둔 것 같았다. 센스 있는 배려다.

옆 테이블에서는 야끼우동을 먹고 있었는데,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다음에는 야끼우동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굴짬뽕을 시킨 손님도 있었는데, 굴 특유의 향이 살짝 느껴졌다. 해산물은 그때그때 신선도가 다를 수 있으니, 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짜장면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보통 중국집에서는 짜장 소스를 면 위에 바로 부어서 주는데, 여기는 짜장 소스를 따로 담아서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면이 불지 않아서 좋고, 소스 양도 조절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사장님은 안 계시고 직원분만 계셨다.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건넸지만, 직원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정수기를 가리켰다. 물은 셀프라는 뜻이었다. 친절함과는 거리가 먼 응대였지만, 뭐, 맛은 있었으니 괜찮다.
가끔은 이런 불친절함도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쩌면 이런 점이 이 가게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맛만 없었으면 다시는 안 왔겠지만, 짜장면 맛 하나는 정말 훌륭했으니까. 다음에 해인사에 올 일이 있다면, 다시 한번 들러서 스님짜장에도 도전해봐야겠다.

가게를 나서면서, 다시 한번 간판을 쳐다봤다. ‘화천미’. 왠지 모르게 입에 착 감기는 이름이다. 해인사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이 짜장면집은, 내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줬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맛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혹시 해인사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화천미’에 들러 짜장면 한 그릇을 맛보는 건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지는 말자. 하지만 맛 하나는 보장한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여행 중 뜻밖의 장소에서 맛보는 음식은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허름한 외관에 특별할 것 없는 짜장면 한 그릇이었지만, 해인사라는 장소와 어우러져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스님 짜장과 버섯 탕수육을 시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그때는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해인사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맛있는 짜장면 덕분일까? 아니면 해인사의 기운 덕분일까? 알 수 없지만, 분명 오늘 하루는 행복하게 마무리될 것 같다.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만나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