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전라남도 영광 여행. 목적은 단 하나, 잊을 수 없는 보리굴비의 참맛을 다시 느껴보는 것이었다. 몇 년 전, 우연히 방문했던 영광 법성포의 한 식당에서 맛본 보리굴비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그 식당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고심 끝에 평점과 후기가 좋은 “강화식당”을 목적지로 정했다. 40년 전통이라는 문구에서 풍겨져 나오는 깊은 내공에 대한 기대감은, 설렘으로 가득 찬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었다. 붉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쓰인 “강화식당”이라는 상호는, 마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의 그것과 같았다. 40년 전통이라는 문구는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듯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리굴비 정식이었다. 굴비 정식, 보리굴비 정식, 특보리굴비 정식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지만, 이왕 온 김에 제대로 즐겨보고 싶어 특보리굴비정식(28,000원)을 주문했다. 메뉴판 한켠에는 알배기 간장게장 굴비정식이라는 메뉴도 보였다. 다음에는 이것도 한번 먹어봐야지.

주문을 마치자, 직원분께서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시원한 보리차를 가져다주셨다. 컵에 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는 것이, 더운 날씨에 지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보리차를 한 모금 들이켜니, 은은한 보리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한 상 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특보리굴비를 중심으로, 간장게장, 양념게장, 새우장, 가오리찜, 말린 생선찜, 굴비구이, 굴비매운탕, 젓갈, 전, 김치 등 15가지가 넘는 다양한 반찬들이 빈틈없이 놓여 있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듯한 풍성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굴비구이의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은 정말이지 먹음직스러웠다.

가장 먼저, 오늘의 주인공인 보리굴비부터 맛보았다. 해풍을 맞아 꼬들꼬들하게 말려진 보리굴비는, 짭짤하면서도 쿰쿰한 특유의 향을 풍겼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조심스럽게 발라내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일품이었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맛은, 왜 사람들이 보리굴비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맛이었다.

보리굴비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바로 녹차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는 것이다. 커다란 대접에 담겨 나온 녹차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청량감이 느껴졌다. 밥을 녹차물에 말아 보리굴비 한 점을 올려 먹으니, 짭짤한 보리굴비와 녹차의 개운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녹차의 은은한 향이 보리굴비의 쿰쿰한 냄새를 잡아주어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간장게장은 짜지 않고 감칠맛이 풍부했으며, 양념게장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굴비구이는 짭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고, 굴비매운탕은 된장과 깻잎을 넣어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젓갈은 밥에 살짝 올려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듯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남은 밥을 녹차물에 말아 남은 보리굴비와 반찬들을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직원분께서 후식으로 쑥떡을 가져다주셨다. 쑥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쫀득한 쑥떡은, 입가심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쑥떡을 먹으면서, 오늘 식사에 대한 만족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강화식당에서 맛본 보리굴비 정식은, 정말 훌륭했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들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친절한 직원분들의 서비스 또한 만족스러웠다. 영광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강화식당은 꼭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내가 맛보았던 보리굴비에서는 특유의 향긋함 대신, 어딘가 모르게 플라스틱 냄새 같은 이질적인 향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맛있다고 칭찬 일색인 것을 보면, 아마도 나의 개인적인 취향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식당 입구에 놓인 커피 자판기를 발견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잠시 식당 앞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을 되새기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영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강화식당에 방문하여 맛있는 보리굴비 정식을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여행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