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여주 나들이.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도착한 천서리 막국수 거리. 3대 막국수 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웅장한 기와지붕을 얹은 ‘홍원 막국수’가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넓은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했다.
주차를 마치고 입구로 향하니,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널찍한 대기 공간과 테이블링 기계가 마련되어 있는 걸 보니, 주말에는 꽤나 긴 웨이팅이 있을 것 같았다. 대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은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문득 20년 전, 부모님 손을 잡고 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좌식 테이블에 앉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었던 것 같은데.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넓고 시원한 홀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천장에는 커다란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그림과 소품들이 걸려 있어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막국수와 편육이 주 메뉴였다.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둘 다 맛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편육도 함께 주문했다. 메뉴판 한켠에는 편육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혀 있었는데, 새우젓에 겨자를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고 한다. 이런 작은 팁은 놓치지 않고 따라 해 봐야 한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면수와 함께 곁들임 찬들이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어낸 무김치와 시원한 백김치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왔다. 특히 주전자에 담겨 나온 따뜻한 면수는 후추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막국수가 나왔다. 먼저 물막국수. 놋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 위에는 김 가루와 채 썬 오이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살얼음이 동동 뜬 육수를 한 모금 마시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육수에서 살짝 꼬릿한 향이 느껴졌는데, 이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꼬릿한 향이 막국수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다음은 비빔막국수. 놋그릇에 담긴 막국수 위에 빨간 양념장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김 가루와 채 썬 오이, 그리고 삶은 계란 반쪽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었다. 젓가락으로 비빔막국수를 비비니,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맛보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물막국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막국수를 먹는 중간중간, 시원한 면수를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곁들임 찬으로 나온 무김치와 백김치도 막국수와 잘 어울렸다. 특히 무김치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고, 백김치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지막으로 편육.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편육이 먹기 좋게 썰어져 나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특히 메뉴판에 적혀 있던 팁대로 새우젓에 겨자를 넣어 먹으니, 톡 쏘는 겨자 향이 편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쌈 채소로 나온 배추에 편육과 무김치를 함께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이 정말 훌륭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전보다 막국수 맛이 조금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0년 전에 먹었던 그 맛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직원분들이 친절하지 않다는 후기들도 있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도 딱히 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서비스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맛은 괜찮았다. 특히 물막국수 육수의 꼬릿한 향과 편육의 쫄깃한 식감은 인상적이었다. 여주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굳이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근처에 다른 막국수 맛집들도 많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랜만에 방문한 홍원 막국수. 예전의 맛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맛있는 막국수와 편육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는 다른 막국수 맛집에도 방문해봐야겠다. 여주 천서리 막국수 거리에는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맛집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