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오니, 어김없이 그 녀석이 생각났다. 뽀얗게 기름 오른, 겨울 숭어만큼이나 놓칠 수 없는 제철 대방어! 퇴근 후, 웅성거리는 연수동의 골목을 헤쳐 ‘베테랑 종합어시장’으로 향했다. 왠지 오늘 하루의 노고를 넉넉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설레는 예감이 들었다.
가게 문을 열자 활기찬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넓고 깨끗한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손님부터 친구, 연인끼리 온 사람들까지,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미리 예약을 해둔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역시, 맛집은 예약이 필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쳤다. 역시나 내 눈길을 사로잡는 건 ‘대방어 세트’. 이맘때쯤이면 꼭 먹어줘야 하는 메뉴다. 대방어의 붉은 살과 흰 지방이 층층이 쌓인 모습이 어서 나를 유혹하는 듯했다. 세트를 시키면 스끼다시도 푸짐하게 나온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대방어 세트 하나 주세요!”
주문을 마치자마자,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따뜻한 조개탕이 먼저 나왔다. 시원한 국물에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짭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빈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곧이어 등장한 건, 따끈한 김치전이었다. 얇게 부쳐진 김치전은 가장자리가 바삭했고, 안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찢어 입에 넣으니,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셀프바에서 직접 부쳐 먹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더욱 좋았다. 마치 축제에서 즐기는 길거리 음식처럼,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멍게, 샐러드, 옥수수콘, 계란찜 등등… 쉴 새 없이 나오는 스끼다시 덕분에 테이블은 순식간에 꽉 찼다. 하나하나 맛보며 감탄했다. 특히 멍게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바다 향을 가득 머금은 멍게를 입에 넣으니, 마치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방어가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 위에, 붉은색, 흰색, 주황색의 조화가 눈을 즐겁게 했다. 13kg이나 되는 거대한 대방어를 사용한다더니, 확실히 때깔부터가 달랐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모습은 마치 보석 같았다. 얇게 썰린 것이 아니라, 두툼하게 썰려 씹는 맛이 살아있을 것 같았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뱃살 부위를 집어 들었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뱃살은, 대방어의 가장 맛있는 부위다.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기름이 입안 가득 퍼졌다. 역시 제철 대방어는 다르다.
김에 밥을 올리고, 쌈장과 마늘을 곁들여 대방어를 싸 먹으니, 그 맛은 더욱 환상적이었다.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져,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신선한 쌈 채소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매운탕이 나왔다. 얼큰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생선 머리와 뼈, 그리고 각종 야채들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매운탕에는 라면 사리 추가가 필수다. 꼬들꼬들하게 익은 라면을 매운탕 국물에 적셔 먹으니, 그 맛은 정말 최고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김치전이 무한리필이라니, 라면과 함께 김치전을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에 알밥을 추가했다. 따뜻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 알밥은, 톡톡 터지는 알과 김 가루, 야채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숟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가득 넣으니, 입안에서 행복이 터지는 듯했다.
정말 배부르게,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신선한 회와 푸짐한 스끼다시,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다음에 오실 때는 더 좋은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베테랑 종합어시장을 나서며, 만족감에 젖어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저녁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신선한 회와 푸짐한 스끼다시 덕분에, 스트레스도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보니, 오늘 먹었던 음식 사진들이 가득했다.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군침을 삼켰다. 조만간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분명 좋아하실 것이다.
인천 연수동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베테랑 종합어시장’을 추천한다. 신선한 회와 푸짐한 스끼다시, 그리고 넉넉한 인심까지. 이 모든 것을 가성비 좋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대방어 맛집으로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연수동에 이런 지역명을 대표하는 맛집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