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간 곳은 경산의 작은 골목에 자리 잡은 ‘서울해물탕’이었다. 간판에 선명하게 박힌 ‘서울’이라는 단어와 해산물 그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파란색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고, 그 옆에는 영업시간을 알리는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설렘을 안고 가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테이블은 이미 삼삼오오 모여 앉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정겨운 사투리가 오가는 소리, 냄비가 끓는 소리,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한데 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 한쪽에는 커다란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해물탕, 해물찜, 아구찜 등 다양한 해물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해물탕’. 大, 中, 小 사이즈별로 가격이 적혀 있었는데, 둘이서 방문한 나는 작은 사이즈로 충분할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밑반찬이 차려졌다. 짭짤하게 양념된 콩나물무침, 아삭한 김치, 그리고 묘하게 손이 가는 젓갈까지. 특히 젓갈은 밥 없이 먹어도 전혀 짜지 않고, 오히려 감칠맛이 돌아서 해물탕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밑반찬을 하나씩 맛보는 사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물탕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뚜껑을 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커다란 냄비 안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꽃게, 꿈틀거리는 낙지, 탐스러운 새우, 쫄깃한 소라, 그리고 시원한 국물 맛을 더해줄 미더덕까지. 마치 보물상자를 열어본 듯한 기분이었다. 하얀 팽이버섯과 쑥갓이 푸짐하게 올라가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냄비 아래에서는 버너가 맹렬하게 불을 뿜어내고 있었고, 곧 탕 안의 재료들은 붉은 기운을 띠기 시작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침샘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국자로 국물을 한 스푼 떠서 맛을 보았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신선한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맛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국물 맛은,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육수 같았다.
본격적으로 해물탕 먹방을 시작했다. 먼저 쫄깃한 낙지부터 건져 먹었다. 뜨거운 국물에 살짝 데쳐진 낙지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음으로는 꽃게를 공략했다. 큼지막한 꽃게 다리에는 살이 꽉 차 있었다. 껍데기를 까는 수고로움도 잊은 채, 게살을 발라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게살의 풍미는, 그 어떤 고급 요리에도 뒤지지 않았다. 탱글탱글한 새우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니, 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고소한 새우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해물탕 안에는 소라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는 소라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내장은 꼭 먹어봐야 한다. 미더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향은, 마치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해산물 외에도 콩나물, 미나리 등 다양한 채소가 들어 있어,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신선함을 더했다.
어느 정도 해산물을 건져 먹고 나니, 국물이 더욱 진해졌다. 밥 한 공기를 주문해서 국물에 말아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칼칼한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입안에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옆 테이블에서는 어르신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해물탕을 즐기고 있었다. 시원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술이 술술 들어가는 듯했다. 나 역시 시원한 국물 맛에 반해,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칼칼한 해물탕 국물과 소주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술이 약한 나도, 이날따라 술이 달게 느껴졌다.

어느덧 냄비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와서 푸짐하게 해물탕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서니, 따뜻한 해물탕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서울해물탕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정겨운 분위기와 푸근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경산에서 맛있는 해물탕을 먹고 싶다면, 서울해물탕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땐 해물찜도 한번 먹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