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중앙시장의 활기 넘치는 풍경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오직 한 곳, 시장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노포, ‘제일식당’이다. 3대째 이어져 내려온다는 이곳의 육회비빔밥은 진주를 넘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평소 육회비빔밥 마니아를 자처하는 나로서, 그 맛을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휩싸여 걷다 보니, 어느새 제일식당 앞에 도착했다. 가게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과 외관은,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맛집임을 짐작하게 했다. 나무로 된 벽면에는 ‘제일식당’ 네 글자가 정겹게 새겨져 있었고, 유리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식당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4팀 정도가 대기 중이었고, 내 뒤로도 금세 10팀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역시, 유명한 맛집은 기다림이 필수인가 보다.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좌식 테이블이었는데,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육회비빔밥(대)과 선지해장국을 주문했다. 메뉴판은 단촐했다. 오로지 육회비빔밥과 가자미회무침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메뉴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육회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고기를 익혀서 제공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과 선지해장국이 먼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반찬은 김치와 오징어채, 그리고 깍두기였다. 반찬의 양은 푸짐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맛은 훌륭했다. 특히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오징어채는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오징어채는 따로 판매도 한다고 한다.
선지해장국은 뚝배기가 아닌 일반 국 대접보다 약간 큰 그릇에 담겨 나왔다. 얼핏 보면 소박해 보였지만, 국물 맛은 정말 깊고 시원했다. 맑은 소고기국을 베이스로 선지와 콩나물, 무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특히 청양고추가 숨어 있어 칼칼한 맛을 더했다. 맵찔이들에게는 다소 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매운 맛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좋았다. 선지 특유의 냄새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회비빔밥이 나왔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밥과 함께 각종 채소, 그리고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육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육회 위에는 참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향을 더했다. 육회의 색깔이 워낙 붉어서 매울까 걱정했지만, 전혀 맵지 않았다. 오히려 나물의 향긋함과 육회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크게 맛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육회는 부드러웠고, 채소는 신선했다. 특히 양념장이 정말 맛있었는데, 너무 달지도, 너무 맵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맛이었다. 밥보다 야채의 비중이 높아 먹다 보면 살짝 많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혀 질리는 느낌 없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육회의 존재감이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물이 많아서 육회의 식감과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육회비빔밥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선지해장국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육회비빔밥을 먹다가 살짝 느끼해질 때쯤, 선지해장국을 한 입 마시면 입 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계산대 옆에는 진미채(오징어채)를 따로 판매하고 있었다. 워낙 맛있게 먹었던 터라, 나도 모르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인사는 어찌나 정겹게 들리던지.
제일식당은 분명 특별한 맛집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세련된 서비스도 없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진주 중앙시장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육회비빔밥 한 그릇에 담긴 세월의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시장 골목 어귀에서 가자미회무침을 포장해 왔다. 저녁에 막걸리 안주로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포장해 온 가자미회무침을 꺼내 막걸리와 함께 세팅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가자미회무침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가자미의 함량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양념 맛이 정말 훌륭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은 막걸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제일식당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육회비빔밥의 맛은 물론, 푸근한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진주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가자미회무침도 직접 매장에서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