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가을, 드높은 하늘 아래 황금빛 들판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문득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던 천안의 어죽 맛집이 떠올랐다. 성성호수공원 바로 옆에 있다는 ‘호수매운탕’. 3대 어죽집이라는 명성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니, 웅장한 규모의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호수매운탕’이라는 글자가 왠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졌다. 넓은 주차장이었지만, 이미 차들로 가득했다. 주차를 안내해 주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평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유명한 곳은 다르구나, 실감했다.

입구에는 대기자 명단이 놓여 있었다. 다행히, 긴 기다림 없이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성성호수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잔잔한 호수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식사 전부터 눈이 즐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메뉴판을 펼쳐 보니, 어죽을 비롯해 다양한 민물 매운탕 종류가 있었다. 고민 끝에, 대표 메뉴인 어죽과 민물새우전, 그리고 궁금했던 민물새우 매운탕까지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먼저 나왔다. 깍두기와 물김치, 어죽과 함께 먹으면 환상적인 조합을 자랑하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물김치는 매콤한 어죽의 맛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죽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냄비에 담겨 나온 어죽은 보기만 해도 뜨끈하고 푸짐했다. 붉은 빛깔의 국물 위로 깻잎과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쫄깃한 면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직원분께서 국수를 먼저 먹으라고 알려주셨다. 국수부터 맛보니, 쫄깃한 면발에 매콤한 어죽 국물이 잘 배어들어 정말 훌륭했다. 면을 건져 먹고, 본격적으로 어죽을 맛봤다. 첫 입부터 강렬한 매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민물고기 특유의 흙내나 비린내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깻잎 향과 들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만들어냈다.
어죽 안에는 국수뿐만 아니라 수제비도 들어 있었다. 쫄깃한 수제비는 어죽의 또 다른 매력을 더했다. 마치 죽, 국수, 수제비를 한 번에 맛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밥을 말아 먹으니, 뱃속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매콤한 맛 때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어죽을 먹는 동안, 민물새우전도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새우전은 보기만 해도 바삭해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역시나 예상대로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새우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어죽의 매콤함을 새우전의 고소함이 잡아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마지막으로 맛본 민물새우 매운탕 역시,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훌륭했다. 새우 특유의 감칠맛이 국물에 깊게 배어 있어,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어죽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메뉴였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식당 바로 앞에 위치한 성성호수공원을 가볍게 산책하기로 했다. 호수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호수 위를 유유자적 떠다니는 오리들의 모습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호수 주변을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천안 3대 어죽 맛집이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호수매운탕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공간이었다. 뜨끈한 어죽 한 그릇과 아름다운 호수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앞으로도 종종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참고로, 호수매운탕은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한다. 11시쯤 방문했는데도 이미 많은 테이블이 차 있었고, 식사를 하는 동안 대기 줄이 점점 길어졌다. 11시 이전이나,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어죽은 기본 맛도 칼칼한 편이므로,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은 미리 맵기 조절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 분명히 좋아하실 것 같다. 천안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성성호수공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인생 어죽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