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맛보는 깊고 진한 오리탕, 영미오리탕 별미 식도락 여행

광주행을 결심한 건 순전히 오리탕 때문이었다. 1970년대부터 그 명성을 쌓아왔다는 영미오리탕. 전국구 맛집 반열에 오른 이곳의 오리탕 맛은 과연 어떨까? 야구 경기 관람을 핑계 삼아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네비게이션에 ‘영미오리탕’을 검색했다.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영미오리탕 본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맛집 포스를 풍겼다. 커다란 간판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맛있는 오리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KBS, SBS, MBC 등 방송사 로고가 즐비하게 박혀있는 것을 보니 과연 소문대로 유명한 곳이 맞나보다.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전용 주차장이 2개나 있다고 하니 주차 걱정은 덜 수 있겠다.

영미오리탕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영미오리탕 본점 외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역시나 웨이팅이 있었다.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바깥에는 노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이 빽빽하게 들어선 홀이 나타났다. 테이블마다 비닐이 깔려있는 것이 독특했는데, 뒷정리를 위한 배려라고 느껴졌다. 이미 테이블에는 기본 세팅이 완료되어 있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한 오리탕이 나왔다. 회전율이 빠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메뉴는 단촐하게 오리탕, 오리로스, 오리주물럭 세 가지. 우리는 둘이서 오리탕 반마리를 시켰다.

테이블 세팅
미리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오리탕. 뽀얀 국물 위로 미나리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들깨가루와 된장을 베이스로 한 국물은 보기만 해도 걸쭉하고 고소해 보였다. 반찬은 김치, 깍두기, 콩나물 등 평범했지만, 오리탕과 곁들여 먹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오리탕 비주얼
뽀얀 국물과 미나리가 듬뿍 올려진 오리탕

가장 먼저 국물부터 맛봤다. 와, 정말 진하고 고소하다! 들깨가루와 된장의 조합이 이렇게 훌륭할 줄이야. 전혀 느끼하지 않고 텁텁하지도 않았다. 들깨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깊은 풍미를 더했다. 마치 사골 육수를 오랜 시간 끓인 듯한 깊고 묵직한 맛이었다.

오리탕 국물
들깨가루와 된장의 조화가 훌륭한 오리탕 국물

미나리는 숨이 죽을 때까지 탕에 푹 담가두었다가, 초장과 들깨가루를 섞은 소스에 찍어 먹었다. 향긋한 미나리의 풍미와 새콤달콤한 초장, 고소한 들깨가루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특히 미나리는 오리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리고기는 부드러웠지만, 살코기 부분이 적고 질긴 부분도 있었다. 뼈와 함께 거칠게 분리된 부분도 있어 먹기에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국물 맛이 워낙 훌륭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도 “여기는 오리를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미나리랑 국물 먹으러 오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했다.

밥 말아먹기
걸쭉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꿀맛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밥알에 국물이 촉촉하게 스며들어, 입안에서 고소함과 담백함이 함께 느껴졌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보니, 정말 몸보신이 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사우나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오리탕 떠먹기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오리탕

육수를 한 번 더 추가해서 미나리를 듬뿍 넣어 먹었다. 육수 추가는 무료라고 하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아들도 맛있다며 연신 숟가락질을 해댔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기류 위생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또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서비스는 다소 형식적이고 무난했다. 친절함이나 세심한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입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주 맛집의 위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한 끼 식사로 든든하게 몸보신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특색 있는 오리탕 국물 맛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오리고기의 질이나 서비스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오리탕집 입구
식당 입구의 오리 조형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뜨끈한 오리탕 국물 덕분일까. 광주까지 와서 오리탕을 먹은 보람이 있었다. 다음에는 오리로스나 오리주물럭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

영미오리탕 간판
다음에 또 올 것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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