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간, 익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콩나물국밥. 그 평범한 듯 특별한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나는 익산 남부시장의 오랜 터줏대감 같은 식당을 찾아 나섰다.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토렴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 맛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기차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점점 익숙한 도시의 모습에서 벗어나, 정겨운 시골 풍경으로 바뀌어 갔다. 드디어 익산역에 도착, 역 앞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쳤다. 남부시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며, 과연 어떤 맛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에 부풀었다.
남부시장에 들어서자, 오래된 간판과 활기찬 상인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도 풍겨오는 따뜻한 국물 냄새가 발길을 이끌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그만큼 깊은 맛을 낼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로 마감된 천장이 아늑한 분위기를 더했다. 테이블은 이미 아침 식사를 즐기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따뜻한 톤의 조명이 공간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콩나물국밥이 놓여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주방에서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콩나물국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오픈형 주방 너머로 보이는 사장님의 모습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에서 묵묵히 국밥을 끓여온 장인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은 위생에 대한 믿음을 더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나물국밥이 내 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콩나물과 밥, 김 가루, 그리고 다진 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국물은 맑고 투명했으며, 은은한 멸치 육수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멸치 육수의 시원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콩나물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었고, 밥알은 국물에 잘 풀어져 부드럽게 넘어갔다. 과하지 않은 간은 재료 본연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치 집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따뜻한 국밥처럼, 정겨운 맛이었다.
토렴 방식으로 만들어진 국밥이라 그런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뚝배기의 온기가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느낌 또한 좋았다.
함께 나온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했다. 마치 동치미처럼 맑은 맛이 콩나물국밥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콩나물국밥 한 입, 깍두기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입안이 더욱 깔끔해지는 느낌이었다. 풋고추는 신선하고 아삭했으며,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국밥을 먹는 중간에, 나는 ‘모주’라는 술을 한 잔 주문했다. 모주는 계피 향이 은은하게 나는, 식혜와 비슷한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콩나물국밥과 의외로 잘 어울렸다. 전날 마신 술이 싹 해장되는 기분이었다.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과식하지 않고 딱 기분 좋을 만큼 배가 불렀다. 7천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국밥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말투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여유와 따뜻함이 느껴졌다.
식당을 나서며, 나는 이곳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익산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느껴지는 맛, 그리고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왔다는 점 또한 놀라웠다.

남부시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활기 넘치는 시장의 풍경은,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쳤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갓 잡은 생선, 그리고 따뜻한 떡과 빵 등 다양한 먹거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다음에도 익산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이곳에 들러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콩나물국밥의 따뜻함과 남부시장의 정겨움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익산 지역명의 숨은 보석 같은 맛집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준 곳이었다.
만약 익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남부시장에 들러 이 콩나물국밥을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당신도 그 따뜻함과 정겨움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