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순천 아랫장의 활기를 뒤로하고 뜨끈한 국물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에 발걸음을 옮겼다. 며칠 전부터 맴돌던 국밥 생각에, 망설임 없이 인근에서 평이 좋은 국밥집으로 향했다.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실내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돌로 포인트를 준 벽면과 푹신한 의자가 놓인 테이블은 국밥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펴보니 국밥 종류가 다양했다. 소머리국밥, 돼지국밥, 모듬국밥… 고민 끝에, 여러 가지 맛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모듬국밥을 주문했다. 혼자 온 터라 살짝 망설였지만, 미니 순대도 함께 시켜보기로 했다. 혼밥 레벨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었다.
주문을 마치니, 스테인리스 물통과 컵, 그리고 테이블 번호가 적힌 냅킨꽂이가 가지런히 놓였다. 테이블에는 넉넉하게 비치된 스테인리스 컵들이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듯 반짝였다. 곧이어 김치, 깍두기, 양파 장아찌 등 기본 찬이 깔끔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국밥이 나오기 전, 젓가락이 자꾸 깍두기로 향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국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뚝배기 안에는 뽀얀 국물과 함께 다양한 부위의 고기, 순대, 그리고 파와 부추가 듬뿍 담겨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 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돋보였다.
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듯했다. 특히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는 소고기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순대 또한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국물에 적셔 먹으니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주문한 미니 순대도 곧이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순대 위에는 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찹쌀순대와 일반 순대가 함께 나왔는데, 찹쌀순대는 쫀득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반 순대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돋보였다. 특히 따뜻할 때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국밥을 먹는 중간중간 깍두기를 곁들이니, 느끼함도 싹 가시고 입안이 개운해졌다. 국밥에 밥을 말아 크게 한 입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국밥 한 그릇에 담긴 푸짐한 인심 덕분에 배불리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혼자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뜨끈한 국밥을 앞에 두고, 하루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잊고 편안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벽돌로 마감된 벽면과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테이블은 혼밥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가는 길, 주방에서는 끊임없이 국밥이 끓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맛집의 활기가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의 능숙한 서비스였다. 손님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주문을 받고 서빙하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7~8 테이블에 손님이 있어도 버벅거리는 다른 음식점들과는 달리, 12팀이 넘는 손님을 능숙하게 응대하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밤이 짙어져 있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덕분에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기분 좋게 발걸음을 옮겼다. 순천 아랫장의 정겨운 풍경과 맛있는 국밥의 조화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돼지국밥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곳은 혼밥족에게 특히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술 한잔 기울이기도 좋고,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퇴근 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혼자 와서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소주 한잔과 함께 국밥을 즐겨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문득 ‘내가 먹어본 국밥 중에 제일 맛있다’라고 극찬했던 어느 방문객의 리뷰가 떠올랐다. 그 말에 적극 공감하며, 나 역시 이곳을 순천 최고의 국밥 맛집으로 꼽고 싶어졌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 바로 이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