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숨은 진주, 인천 화수동 밴댕이회무침 로컬 맛집 기행

오랜만에 평일 연차가 생겼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했다. 이런 날은 무작정 떠나야 한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바다가 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에 도착해서도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왠지 끌리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작은 식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벽란 식당’. 간판의 폰트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맛집의 기운이 느껴져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은 대부분 어르신들로 채워져 있었고, 정겨운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낡은 벽에는 손으로 쓴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밴댕이 회무침, 한치회 무침, 간장게장… 메뉴들은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고민 끝에 밴댕이 회무침과 한치회덮밥을 주문했다.

벽란 식당 외부 모습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벽란 식당의 외관

주문을 마치자 할머니 사장님께서 능숙한 솜씨로 밑반찬을 내어주셨다. 샐러드, 김치,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간장게장은 정말 밥도둑이었다. 밴댕이 회무침이 나오기 전에 간장게장으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밴댕이 회무침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회무침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밴댕이 회와 채소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정말 예술이었다. 사진으로 보니,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이 신선한 밴댕이와 아삭한 양배추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참깨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어 고소한 향까지 더해졌다.

젓가락으로 밴댕이 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밴댕이 회는 신선하고 쫄깃했고, 채소들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양념이 과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줘서 정말 맛있었다. 밴댕이 특유의 고소함과 신선함이 입안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예전에 연안부두에서 먹었던 밴댕이 회무침보다 훨씬 맛있었다.

푸짐한 밑반찬
정갈하고 푸짐한 밑반찬은 밴댕이 회무침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번에는 한치회덮밥을 맛볼 차례였다. 큼지막한 그릇에 밥과 채소, 김가루가 담겨 나왔고, 그 위에 한치회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밴댕이 회무침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한치회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신선한 채소들과 함께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고소한 참기름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쓱싹쓱싹 비벼서 크게 한 입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기분이었다. 매콤새콤한 양념과 쫄깃한 한치,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매콤한 한치회무침
매콤새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한치회무침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할아버지 사장님께서 오셔서 “맛있게 드셨냐”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셨다. 어릴 때부터 이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셨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온 비결은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할머니 사장님께서 “다음에 또 오라”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왠지 모르게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벽란 식당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음식 맛은 물론이고, 친절하신 사장님들 덕분에 더욱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밥도둑 간장게장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간장게장은 벽란 식당의 숨은 보석이다.

다음에 인천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밴댕이 회무침과 한치회덮밥은 물론이고,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 사장님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식당을 운영하시길 바란다.

인천 화수동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식당, 벽란 식당.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따뜻한 추억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벽란 식당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벽란 식당에서의 경험이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거라는 것이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인천 화수동 맛집 기행을 마무리한다.

밴댕이 회무침
푸짐한 양의 밴댕이 회무침
시원한 국물
함께 나오는 시원한 국물
벽란 식당 간판
정감있는 벽란 식당 간판
한 상 차림
푸짐한 한 상 차림
맛있는 회무침
언제 먹어도 맛있는 회무침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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