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묘하게 한식 뷔페가 당겼다. 집에서 이것저것 해 먹기도 귀찮고, 그렇다고 매번 똑같은 메뉴만 먹는 것도 지겨워 뭔가 푸짐하고 다채로운 밥상을 원했던 걸까. 마침 종로 근처에서 볼일이 있어,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한식 뷔페, 종로부페를 방문하기로 했다. 종로3가역에서 내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밥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스테인리스 쟁반을 들고 줄을 서서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미밥이었다. 갓 지은 듯 따끈한 밥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바로 옆에는 흰쌀밥도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밥 종류만 두 가지라니, 벌써부터 메뉴 구성의 알참이 느껴졌다.
반찬 코너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콩나물 무침, 시금치나물, 겉절이 김치 등 기본적인 한식 반찬은 물론이고, 제육볶음, 생선구이, 튀김 등 메인 요리라고 해도 손색없는 메뉴들이 즐비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들이 나를 유혹했다. 특히,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제육볶음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밥 위에 얹어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흑미밥을 시작으로, 제육볶음, 생선구이, 콩나물 무침, 김치, 그리고 샐러드까지 쟁반 가득 담았다.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맛보고 싶었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량만 담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음식들을 보니 자제가 쉽지 않았다. 뷔페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지.
자리에 앉아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흑미밥은 찰기가 넘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제육볶음을 얹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흑미밥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콩나물 무침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김치는 적당히 익어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생선구이는 뼈를 발라내는 수고로움도 잊게 할 만큼 맛있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쟁반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뷔페에 왔으니, 당연히 한 번 더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밥 대신 라면을 선택했다. 한켠에 마련된 라면 코너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종로부페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라면 코너에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과 토핑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평소 좋아하는 신라면에 콩나물과 김치를 듬뿍 넣어 끓였다.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스프와 건더기, 그리고 준비된 재료들을 아낌없이 투하했다. 보글보글 끓는 라면 냄새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잘 끓여진 라면을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후루룩 면을 흡입하니,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김치의 칼칼함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냈다. 역시, 라면은 언제 먹어도 옳다. 특히, 뷔페에서 즐기는 라면은 더욱 특별한 것 같다.
라면까지 깨끗하게 해치우고 나니,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후식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종로부페에는 과일, 샐러드, 그리고 간단한 쿠키 등 다양한 후식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상큼한 오렌지와 달콤한 단호박 샐러드를 선택했다.
오렌지는 껍질이 쉽게 벗겨지도록 미리 손질되어 있어 먹기 편했다. 입에 넣으니, 상큼한 과즙이 톡톡 터지면서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호박 샐러드는 부드럽고 달콤해서,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종로부페에서 정말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다양한 종류의 한식 반찬과 라면, 그리고 후식까지, 이 모든 것을 단돈 만 원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가성비를 자랑하는 곳은 찾기 힘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많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혼자 밥을 먹는 동안 불편함이나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혼밥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 주는 듯했다. 바쁜 직장인들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종로부페는 맛, 가격, 그리고 분위기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밥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맛, 그리고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밥상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가끔은 화려하고 세련된 레스토랑보다,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밥집이 더 끌릴 때가 있다. 종로부페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만약 종로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든든한 한 끼 식사로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따뜻한 햇살이 나를 반겼다. 배부른 만족감과 함께,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또 종로에 오게 된다면, 주저 없이 종로부페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종로에서 숨겨진 맛집을 발견한 기쁨을 안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