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인심과 착한 가격, 안동 구시장 보리밥 맛집에서 느끼는 고향의 맛

안동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따라 차창 밖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목적지는 안동 구시장. 그곳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보리밥집, ‘보문식당’에서 잊을 수 없는 한 끼를 경험할 예정이었다. 안동은 예로부터 양반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구수한 보리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안동의 맛이다.

구시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활기 넘치는 시장 풍경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좌판에 펼쳐진 싱싱한 채소와 과일, 갓 구워낸 빵 냄새, 흥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오직 보리밥만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저 멀리 노란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보문식당’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45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더욱 기대감을 부풀렸다.

보문식당 외부 전경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보문식당의 외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작은 식당이었지만, 훈훈한 온기와 정겨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벽 한쪽에는 ‘안동시 천리동 전설의 보리밥, 보문식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벽면과 소박한 인테리어에서 오랜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 친구와 함께 온 손님, 가족 단위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보리밥을 즐기고 있었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숭늉 한 사발이 나왔다. 구수한 숭늉을 마시니, 뱃속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바람을 뚫고 오느라 굳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메뉴는 단 하나, 보리밥 정식이었다. 가격은 단돈 6,000원.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착한 가격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잠시 후, 커다란 쟁반에 푸짐하게 차려진 보리밥 정식이 눈앞에 놓였다.

푸짐한 보리밥 정식 한 상 차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보리밥 정식

보리밥, 된장찌개, 고등어구이, 그리고 갖가지 나물 반찬들이 쟁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리밥 위에는 김 가루와 참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했다. 된장찌개는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였다고 하는데, 깊고 구수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고등어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구워져 있었고,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었다. 콩나물, 무생채, 시금치, 고사리 등 다양한 나물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본격적으로 보리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보리밥과 나물들을 넣고, 고추장을 듬뿍 넣어 쓱쓱 비볐다. 참기름 향이 고소하게 올라오는 것이, 정말 꿀맛일 것 같았다. 잘 비벼진 보리밥을 한 입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식감과 신선한 나물들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는 정말 일품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보리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보리밥을 맛있게 비비는 모습
갖은 나물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보리밥

고등어구이 또한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등어구이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밥 위에 고등어 살을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보리밥을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밥이 모자라냐”며 더 갖다 주겠다는 아주머니의 인심에 감동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모습에서,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물론이고, 푸근한 인심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
소박하지만 정갈한 맛이 일품이다

식사를 마치고, 1,000원을 더 내고 감주를 마셨다. 직접 만든 감주라고 하는데,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가심으로 제격이었다. 감주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른 후, 식당을 나섰다. 배부르고 따뜻한 기분으로 시장 골목을 다시 걸었다.

보문식당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오랜 세월 변치 않는 맛과 푸근한 인심이 있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안동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보문식당에 들러 보리밥 한 그릇을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6천 원이라는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행복, 안동 구시장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식당을 나서면서, 문득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보리밥이 떠올랐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담긴 정겨움. 보문식당의 보리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안동에서 만난 최고의 가성비 맛집, 보문식당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으로 남을 것이다.

깨끗하게 비워진 쟁반
맛있는 음식은 남길 수 없지!
보문식당 외부 모습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이는 보문식당
깔끔하게 비워진 쟁반
구수한 숭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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