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평소 국밥 마니아인 나는 지인들에게 맛있다는 국밥집을 수소문했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효목동에 자리 잡은 일경식당. 25년 전, 어렴풋한 기억 속 맛집의 향수를 되살려준다는 이야기에 이끌려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향했다.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일경식당 홍어&왕순대’라고 적힌 글씨가 정겹다. 3대를 잇는 왕순대 전문점이라는 문구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1973년부터 이어져 왔다는 이야기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식당 앞에는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지만, 다행히 점심시간이라 가게 앞 도로에 주차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국밥을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동네 맛집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특히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 걸 보니,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벽면에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사진들이 액자에 걸려 있었는데, 특히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에 나왔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순대국밥, 돼지국밥, 내장국밥 등 다양한 국밥 종류와 막창순대가 눈에 띄었다.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순대국밥과 왕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잠시 고민하다가 “백반기행 세트”를 주문했다. 왕순대(中)와 순대국밥 1인분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밑반찬이 테이블 가득 차려졌다. 김, 깍두기, 부추무침, 콩나물무침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김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전라도가 고향이라는 사장님의 손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명품 왕순대(中). 뜨거운 철판 위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나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겉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하는 막창순대는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속이 꽉 차 있어 씹을수록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곧이어 명품 순대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다진 양념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코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향신료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 한 숟갈을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돼지 뼈를 오랫동안 우려낸 육수의 깊은 맛과 다진 양념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일경식당 순대국밥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칼국수 면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쫄깃한 칼국수 면은 국밥 국물과 어우러져 색다른 식감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면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든든함이 밀려왔다.

순대국밥 안에는 순대와 돼지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특히 막창순대는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숟가락 위에 순대와 칼국수 면, 밥을 함께 올려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국밥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벽면에 붙어 있는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계란찜 정식 등 다양한 메뉴들이 적혀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찌개 정식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저녁에는 홍어에 막걸리를 즐기는 손님들도 많다고 하니,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홍어와 막걸리를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 간판에 쓰여 있듯이 ‘홍어와 탁주’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일경식당은 단순한 국밥집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효목동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소중한 추억의 공간이었다. 푸짐한 인심과 변함없는 맛은 물론, 정겨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돼지국밥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돌아오는 길,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담긴 행복을 느끼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효목동 일경식당, 이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대구의 깊은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총평:
일경식당은 3대를 이어온 전통과 깊은 맛, 푸짐한 인심이 어우러진 대구의 대표적인 맛집이다. 특히 잡내 없이 깔끔한 돼지국밥과 쫄깃한 막창순대는 꼭 맛봐야 할 메뉴다. 칼국수 면이 들어간 독특한 순대국밥 또한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맛이다.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즐기고 싶다면, 효목동 일경식당을 강력 추천한다.
추가 정보:
* 주차 공간은 따로 없지만, 점심시간과 주말에는 가게 앞 도로에 주차가 가능하다.
* 홍어를 판매하고 있어, 홍어 냄새에 민감한 사람은 참고하는 것이 좋다.
* 점심시간에는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정식도 인기가 많다.
* 화장실은 상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 명품 특 순대만국밥 11,000원, 명품 섞어순대국밥 9,000원, 백반 기행 세트(명품 왕순대(中) + 명품 순대국밥 1) 29,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