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중앙시장 맛집,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제일식당 육회비빔밥 기행

진주 중앙시장의 아침은 언제나 활기로 가득하다.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 싱싱한 해산물과 채소들이 뿜어내는 생동감,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젓갈 냄새까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독특한 시장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랜만에 진주를 찾은 나는 어김없이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목적은 단 하나, 3대째 이어져 온다는 제일식당의 육회비빔밥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시장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제일식당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노포였다. 빛바랜 간판과 낡은 나무 문, 그리고 좁고 가파른 계단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오전 10시 반쯤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4팀 정도가 대기하고 있었다. 역시 유명한 곳은 다르구나, 생각하며 나도 얼른 줄에 합류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을 서성이며 메뉴판을 힐끗거렸다. 육회비빔밥(소 10,000원, 대 12,000원)과 선지해장국이 주력 메뉴인 듯했다. 육회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익힌 고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신발을 벗고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안내받았다. 테이블은 1층, 2층 합쳐 꽤 많은 편이었지만, 워낙 손님이 많아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육회비빔밥(대)을 주문했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쟁반에 육회비빔밥과 선지해장국, 그리고 몇 가지 밑반찬이 함께 나왔다.

빨간 양념이 듬뿍 올라간 육회비빔밥
탐스러운 붉은 빛깔의 육회와 신선한 채소가 조화로운 육회비빔밥의 자태

육회비빔밥은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왔다. 밥 위에 푸짐하게 올려진 갖가지 채소와 선홍빛 육회, 그리고 고소한 참깨가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육회 양념은 붉은 빛깔을 띠고 있었지만, 실제로 맛보면 전혀 맵지 않고 오히려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크게 맛봤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육회와 아삭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육회에 뿌려진 참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채소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지만, 묘하게 질기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다. 하지만 워낙 맛이 훌륭했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함께 나온 선지해장국은 맑은 소고기국에 선지를 넣은 듯한 모습이었다. 큼지막한 선지와 콩나물, 그리고 파가 듬뿍 들어가 있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특히, 잘게 썰린 콩나물이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국물 한 모금 마시니 쌀쌀했던 몸이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맑고 시원한 선지해장국
선지와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시원한 선지해장국은 육회비빔밥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선지 특유의 냄새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맵찔이들을 위한 배려일까, 청양고추는 들어있지 않았다.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반찬은 김치, 깍두기, 그리고 진미채볶음 세 가지가 제공되었다. 스테인리스 식판에 담겨 나온 모습은 다소 소박해 보였지만, 맛은 훌륭했다. 특히, 진미채볶음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따로 판매하면 사가고 싶을 정도였다.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밑반찬
정갈하게 담겨 나온 김치, 깍두기, 진미채볶음은 소박하지만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정신없이 육회비빔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가자미회무침을 시킨 손님이 “별로”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회무침을 먹을까 고민했던 나는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계산대 앞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직원분들은 친절했지만, 워낙 바빠서 그런지 약간 지쳐 보였다. “혼자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자, 한숨을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은 덕분인지, 불쾌감은 금세 사라졌다.

제일식당의 육회비빔밥은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든든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시장에서 맛있는 집밥이 생각날 때,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제일식당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제일식당의 외관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짐작하게 한다.

돌아오는 길, 진주 중앙시장은 여전히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걷다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정취 덕분이리라.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총평

* : 육회와 채소의 조화가 훌륭하며, 참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선지해장국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 가격: 육회비빔밥(대) 12,000원.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 분위기: 오래된 노포의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서비스: 직원들은 친절하지만, 워낙 바빠서 약간 지쳐 보인다.
* 재방문 의사: 진주 중앙시장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다시 방문할 의향이 있다.

* 주말에는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으니, 오픈 시간(10시 30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육회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익힌 고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 진미채볶음이 정말 맛있으니, 꼭 맛보길 추천한다.
* 주차는 중앙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젓가락으로 비빔밥을 비비는 모습
육회와 채소가 밥과 잘 어우러지도록 젓가락으로 정성껏 비벼준다.
선지해장국 근접샷
뚝배기 가득 담겨 나온 선지해장국은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육회비빔밥 양념 클로즈업
참깨가 듬뿍 뿌려진 육회비빔밥 양념은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육회 클로즈업
신선한 육회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제일식당 메뉴판
제일식당의 메뉴판. 육회비빔밥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제일식당 내부
제일식당 내부 모습. 정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제일식당에서 판매하는 술
제일식당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술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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