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콧바람을 쐬러 나선 길, 목적지는 남해였지만 아쉽게도 삼겹살을 먹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다. 여행의 아쉬움은 또 다른 맛집 탐방으로 채우면 되니까! 마침 동생도 고기가 먹고 싶다고 성화였으니, 이번 기회에 천안에서 삼겹살 맛집을 제대로 뚫어보기로 결심했다. 엄마는 “거기까지 가서 무슨 삼겹살이야?”라며 핀잔을 주셨지만, 나의 미식 레이더는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베리코’라는 새로운 돼지고기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쌍용동 원형 육교 근처, 웨이팅으로 악명 높은 통삼국 바로 옆에 위치한 “두목고기집”은 그런 우리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며 나타났다. 간판부터가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숨겨진 고수만이 풍길 수 있는 아우라랄까? 통삼국 앞에서 서성이던 수많은 인파를 뒤로하고, 우리는 망설임 없이 두목고기집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은 나무 소재로 되어 있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환풍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쾌적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유독 아저씨 손님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역시… 천안 맛집은 아저씨들이 먼저 알아본다더니, 과연 찐 맛집의 향기가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이베리코 꽃목살! 스페인에서 야생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라니, 그 맛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쫀득한 식감을 선호하는 이모는 두목고기집의 인기 메뉴라는 ‘두목살’을 주문했다. 직원분은 친절하게 이베리코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돼지고기에도 마블링이 있다는 말에, 우리는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했다.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쌈 채소는 싱싱함이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였고, 직접 만드신 듯한 정갈한 반찬들은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밑반찬들은, 이곳이 단순히 고기만 파는 곳이 아닌, 음식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곳임을 짐작하게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베리코 꽃목살이 등장했다. 붉은 빛깔의 고기 위에 촘촘히 박힌 마블링은, 마치 소고기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이었다. 두툼하게 썰린 꽃목살은 그 양도 꽤 푸짐해 보였다. 직원분께서 직접 고기를 구워주셨는데,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자르고 뒤집는 모습에서 프로의 향기가 느껴졌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코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 침샘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잘 익은 이베리코 꽃목살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음~~~ 뭐지? 이 부드러움은!!!” 돼지고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은, 그야말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마치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중간쯤 되는 맛이랄까? 기름진 듯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이모가 주문한 두목살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쫀득쫀득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은, 마치 옛날 삼겹살을 먹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지방 부위가 적절히 섞여 있어 더욱 꼬들꼬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이모는, 두목살을 맛보더니 완전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싱싱한 쌈 채소에 잘 구워진 고기를 올리고, 쌈장과 마늘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그 어떤 고급 요리도 부럽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우리는 말없이 고기 맛에 집중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뭔가 색다른 메뉴가 당겼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김치라면’이었다. 얼큰한 국물에 꼬들꼬들한 라면 면발의 조합이라니, 이건 무조건 먹어야 해! 김치찌개에 라면을 넣은 듯한 맛이라는 설명에, 우리는 망설임 없이 김치라면을 주문했다.

보글보글 끓으며 등장한 김치라면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비주얼이었다. 큼지막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 라면은, 그 양도 꽤 푸짐했다. 국물 한 입을 떠먹는 순간, 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마법 같은 맛이었다. 면발은 꼬들꼬들했고, 김치의 아삭한 식감도 살아있었다. 솔직히 고기만큼이나 김치라면도 정말 맛있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뜻밖의 제안을 하셨다. 테이블 밑 기름때가 니트 바지에 묻은 것을 보시고는, 직접 손수 닦아주시다가 안되겠는지 세탁비를 주시겠다는 것이었다.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사장님께서는 끝까지 친절하게 배려해주셨다.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손님이 많아서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옆 사람과 대화하려면 목소리를 높여야 할 정도였다. 또한, 고기를 구워주시긴 하지만, 바쁜 시간에는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할 만큼 고기 맛이 훌륭하고, 서비스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두목고기집”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특히 이베리코 꽃목살은, 이제까지 먹어본 돼지고기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쫀득한 두목살과 얼큰한 김치라면 역시 훌륭했다. 맛, 서비스, 분위기, 가격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천안에서 돼지고기 맛집을 찾는다면, 자신 있게 “두목고기집”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꼭 통삼국 웨이팅에 성공해서 비교 시식을 해봐야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두목고기집에 다시 발길이 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연신 “맛있다”를 외쳤다. 이번 여행에서 추억과 맛있는 고기를 얻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두목고기집”, 가게 이름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